백수도 스케줄이 있다는 말을 어느자리에서 듣고는 수긍을 하면서 웃었었다. 맞다. 돈못버는 백수도 매일 뭘하든지 바쁘다. 뚜렷이 내세울것이 없지만 그래도 느긋하게 집에 앉아 있을여유가 없이 바쁘게 다녔다. 남편출근하고 나면 후딱 치우고는 돈도 안되는 볼일보러 다니고, 겨울해가 짧아 눈깜짝할새 해가 저물면 부랴부랴 집에 들어와 저녁준비하고,.... 여기,저기,구석구석 한꺼번에 모아서 청소해야지 하고는 몇날 며칠을 그냥 지나쳤었다. 오늘은 오랜만에 여유를 갖고 대청소을 해본다. 주부의 일상이라는것이 다람쥐 쳇바퀴돌듯 맨날 반복된 생활이지만 며칠 추워서 움추려 고양이 세수하듯이 대강치우다가 오늘처럼 화창한 날씨에는 베란다 문도 활짝 열어 카페트도 널고 난화분에도 물을 듬뿍 주고, 구석구석 꼼꼼히 딱아내고 나면 더없이 기분이 좋아진다. 표가나지 않는 집안일! 다른사람이 아무리 보아도 항상 그대로인것 같아보이지만, 어디가 지저분한지도 알고 정리가 안된곳도 주부혼자만이 아는 비밀스런 집안일이다. 마음먹고 깨끗이 청소하고 나면 선생님에게 검사받고 싶어하는 초등학생마냥 이웃을 불러 들이고 싶어진다. 커피메이커에 스위치를 넣어 집안 가득히 헤이즐넛커피향이 배이게 하고 꽃그림이 그려진 예쁜잔에 커피를 가득 따르고 스낵과자를 몇조각 옆에 놓고 이웃과 더불어 수다떨면 더없이 행복하리라. 가끔씩 이런기분을 즐길수 있다는것도 주부로서의 특권이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