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다.
올해는 애기동지라서 팥죽을 쑤어먹지않고
팥시루떡을 해먹는다지만
나는 따지지않고 꼭 해마다 새알을
빚어 넣어 팥죽을 끓인다.
식구대로 모여앉아 각자 나이 수만큼씩
만들어 놓으면 큰 쟁반에는 크기가 다양하다.
나이가 젤 많은 남편은 두어개 만들고는
심판관 한다며 손씻어버리고
아이들과 나는 서로 만든 새알을 비교해가며
밤늦도록 만든다.
남편이 좋아하는 밥알이 든 팥죽, 아이들이 좋아하는
단팥죽, 두가지를 끓여 밤참삼아
잘익은 동치미 무우를 아삭 베어먹으며
내일 아침이면 한살씩 먹는다고
애들은 좋아하고, 남편과 나는 아쉬워하고....
올해에는 아이들이 아무도 내려 오지 않아
혼자서 새알을 만들었다.
남편은 손에 묻히지 싫다고 아예 거들떠 보지도 않고,
자꾸만 한쪽 가슴이 허전해왔다.
군대간 아들놈에게도 보내주고 싶고
데모한다고 수업일수를 못채워 방학도 없이
수업하는 딸애에게도 부쳐주고 싶다.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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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우리집에는
츄리를 꼭 만든다.이것저것 장식도 달고
반짝이는 등도 달고, 식구 각자에게 보내는
카드도 꼽아놓고 그 밑에는 선물을 놓아두어
25일 크리스마스아침 일찍 아이들이
서둘러 엄마,아빠를 깨워 카드를 나누어주고
선물을 뜯어본다.
12월이 되면 츄리는 으례히 만들어지는 우리집에 빠질수 없는
관행으로 내려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츄리를 만들지 않았다.
혼자서 하기도 싫고 재미도 없어서...
남편이 뭔가 빠진것 같다며 나를 자꾸 부추겼다.
자기는 손도 까딱안하면서....
할수없이 며칠전 츄리를 만들었다.
간단하게 작은등만 달았다. 귀찮아서...
예년같으면 알록달록 장식들로 둘러쳐져있고
이쁜 카드가 여기저기 꼽혀져있을건데
너무 썰렁한 츄리다!
그래도 남편에게는 보내야 하니까
카드를 사러 가야겠다.아들에게는 부대로 보내주고,
딸애는 년말에 온다했으니 늦은 카드를 보게
츄리에 꽂아둬야겠다.
그런데 나는 볼 카드가 없겠네..
여지껏 남편은 한번도 카드를 나에게 준적이 없으니까.
쑥쓰러운가? 올해는 부추겨서라도 한장 받아야겠다.
딸애는 집에가면 꽂아둘거니까 그때까지
츄리를 그대로 두라한다.
바깥날씨가 눈부시다.카드사러 가야지..... 2001.1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