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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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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가 애기?


BY 수련 2005-05-29

미용실에서 옆자리의 이쁘장한
젊은 여자가 전화로 하는 이야기가
고스란히 다 들렸다.

"여보세요. 우리 애 좀 맡아주세요.
내일 아침에 갈께요.
안된다구요? 오늘 저녁8시까지
데려오라구요? 추우면 안되는데,거기 난방은 잘되나요?
아이, 그냥 내일 아침에 우리가 출발하면서
데려다 줄께요. 애 감기걸릴까봐 그러는데..."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며칠 집을
비우는데 애를 데리고 가야지 어디에
맡긴다는 건지 원...그런데,

나는 진짜 애기를 맡기는 줄알았다.
그런데 알고보니 전화한곳은 애완견센타였고
당연히 그곳에서는 강아지가 '애'로 통하는것 같앴다.

웃음이 나왔다.
재작년에 나도 딸아이가 하도 졸라기에
푸들 한마리를 키우게 되었는데
애 하나키우는건 저리 가라였다.
목욕에,이빨닦아줘야지,털 깍아줘야지,....
거기다가 사료만으로 양이 안차는지
사람먹는걸 어찌나 먹을려하는지
못먹게 하는것도 여간 곤욕스러운게 아니었다.

뭘 먹다가 잠깐 돌아서면 어느새 먹어치우고,
키가 조금 크니 의자위로 펄쩍뛰어올라
식탁위에 놓여있는 빵,고구마,과자도 날름 먹어 치우고,
안보이는곳이나 높은곳에 숨겨두는것도
예사일이 아니었다.

애완견은 작아야 이쁘고 키울 맛이 있지
살도 찌고 키가 크지면 집안에서 키우기가 여간
부담스럽지가 않다.자연히 많이 먹으니
배설물양도 많고 냄새가 나고...

그래서 사료외는 일절 먹을걸 안주니
음식 냄새만 나도 코를 벌름거리며 환장을 했다.
음식을 두고 못먹게하는 내 마음도 아프고,
죄짓는것 같애서 더 이상 키우기가 자신이 없어졌다.
6개월쯤 키우다가 딸애가 대학가버리고 나니
슬그머니 내 보내고 싶어졌다.

궁리끝에 주택에 있는집에 주기로 했다.
먹고싶은거 실컨 먹고 땅밟으며 마음껏 뛰어놀게
해주자 싶어 아는집에 데려다두고 돌아서는데
몇달되지 않았는데도 정이들었는지 영 마음이 안좋았다.

그후로 두어번 더 가보고는 일절 발걸음을 끊었다.
가끔 전화를 해보면 잘먹고 잘 논다했다.
요즘도 애들이 엄마아빠만 살면 적적하다며
다시 애완견 한마리 키우라지만
남편도 나도 고개를 설레설레~

주택에 살게되면 또 모를까. 2001.1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