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낮에 사무실에서 전화로 느닷없이
남편이 폭탄선언을 했다.
올해부터 자기 생일을 양력으로 하겠단다.
1월5일, 바로 오늘이다.
음력으로는 11월28일인데
컴퓨터로 알아보니
그해에 양력으로는1월5일이라했다.
그래서 억지로 한살 더 먹었다면서
양력으로하면 한살 덜먹는다면서
무조건 양력으로 하겠단다.
음력으로치면 아직 일주일이나 남았는데
본인의 생일이니 말릴수는 없고
마누라가 싫다해도 들을 사람도 아니고
본인이 원하니 그리해야지.
부랴부랴 미역,나물,생선을 사서
오늘 아침일찍 오곡밥에 생일상을 차렸다.
큰애는 군에 있어서 알리지 않고
딸에게만 아침일찍 메세지를 남겼더니
선물은 못사고 지 아빠 사무실로 꽃배달만 시켰단다.
그러면 아빠연세가 몇살이 되냐고 묻는다.
해가 바뀌었는데도 제자리걸음인 나이가
이상한지 아빠가 왜그러시냐며 웃는다.
늦게야 동생에게서 연락을 받았는지 아들놈도
갑자기 아빠생일이 왜 바뀌었는지
영문을 몰라하며 전화가 왔다. 자초자종을 얘기해주고는
전화로 축하인사나 드리라고 했다.
해가 바뀌고 나이를 한살 더 먹으니
서글퍼서일까.숫자가 무슨 대수라고,
그리해서라도 위안을 삼고 싶음일까.
오늘 저녁은 남편을 위한 근사한 파티를 열어야겠다.
아침에 미역국은 먹었으니 저녁은 양식으로 해야지.
케잌도 사서 촛불도 켜고 딸대신 생일 노래도 불러주고
와인으로 축배도 들어야지.
남편과 둘이서 오붓하게 ...
200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