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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키스


BY 수련 2005-05-19

어제 낮에 테레비 연속극 재방을 보면서
극중에 하얀 눈속에서 두 고등학생의
입맞춤하는 장면이 나왔다.

슬며시 내 입가에 웃음이 번졌다.
나에게 무덤까지 가져갈 비밀이 있다.
나도 고등학교때 첫 입맞춤을 했다.
내가 고3이었고 실험(?)상대는 고1 까까머리
귀여운 얼굴을 한 남학생이었다.
서클의 2년 후배 이지만 동생이 없던 나는
누나라고 부르며 따르는 그애를
단순히 동생으로 좋아했고, 그애도 친누나처럼
나를 좋아해서 서로 방향이 다르지만
서클활동을 마치고 늦어지면 보디가드를
자청하며 우리집 대문앞까지
바래다주곤 했다.

당시에 '박계형'의 청춘소설을
많이 읽었던 나는 '키스를 하면 어떤 느낌일까'궁금도
하였지만 감히 누구와 해본다는건 엄두도 내지 못했다.
졸업을 앞둔 추운겨울이지 아마.

졸업생들을 위한 서클의 행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데 그애는 또 나를 집까지
바래다준다며 따라나섰다.속으로 엉큼함이
슬슬 솟구쳤다.
이제 졸업을 하면 그 서클에는 나가지 않을거고
그애와도 만날일이 없을것 같앴다.

우리집근처 으슥한곳에 이르러 주위에
아무도 없는걸 확인하고 나서
그애더러 입다물고
눈을 꼭 감고 있으라 했고
누나의 엄명에 착한 그 애는 시키는대로
차려자세로 눈을 감고 서있었다.
소설속의 여자주인공 흉내를 내며
나는 내 입을 그애의 입술에 살며시 갖다대었다.

그런데 소설처럼 감미로운 기분은 들지 않고
차갑다는 느낌외는 다른 감흥이 일지 않았다.
계속 눈을 감고 서있는 그애를 등뒤로 '잘가'하고는
냅다 우리집으로 뛰어 들어왔고
그후 며칠뒤에 뜻밖에 내 졸업식날 꽃다발을 안고 온 그애를
나는 천연덕 스럽게 아무렇지도 않게 대했다.

볼이 발그레 상기된채 내옆을 다가서는 그애를
내친구들이 귀엽다고 되려 나보다 더 좋아하며
손잡고 다니면서 사진을 찍어서 둘이 찍은 사진은
없고,
세라복에 단발머리를 한채
꽃다발을 한아름씩 안고 활짝 웃는 여학생들 사이에
금단추가 달린 까만 교복에 까까머리 그애는
해맑은 웃음을 띈채 내 앨범속에 몇장이나 들어있다.

나보다 두살 어리니까 지금쯤 결혼해서 이뿐 마누라와
고등학생과 중학생이 있는 어엿한 가장이 되어 있을것이다.

그때 입술을 나한테 도둑맞은기분이 어땠을까.
테레비를 보면서 아득한 옛날, 잊혀졌던 여고시절의
추억을 더듬어 봤다.
영원히 묻어둬야할 '첫키스'
오늘 웬지 털어놓고 싶어졌다. 여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