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친구들의 모임이 있었다.
식당 손님이 다 빠져나가도록
방 하나 차지하고서는 시간 가는줄도 모르고
여자 네명의
수다는 최고조에 달했다.
남편과 나이차가 많아 우리들 보다
일찍 결혼하여 나이가 든 아들 셋있는 친구에게
'야, 너거 신랑 명퇴하기전에 한명은
보내야잖아.큰놈은 올 봄에 후딱 장가보내라'
애인이 있는줄 다 아는 처지라
스스럼 없이 말했다.
그런데, 친구는
'울 아들, 지 애인하고 헤어졌는갑더라'
예사롭게 말하는 친구.
몇년째 사귀는줄 우리가 다 알기에
조금은 충격이었다.아들의 애인자랑을
곧잘해서 당연히 며느리 삼을줄 알았는데,
딸만 둘인 다혈질인 한 친구가
느닷없이 불쑥 내뱉는말한마디!
'야, 너거 아들 못됐다. 쓴물단물 다 빼먹고
차버리는게 어디있냐?'
그러자, 갑자기 안색이 변한 아들셋친구
'뭐, 너 무슨말을 그리하니?누가 누구를 찼다고?
울 아들이 못쓸놈이라고?'
급기야, 가방을 들고 휑하니 나가버리고
갑작스런 돌변한 사태에 우리는 어리둥절 해졌다.
딸둘인 친구는 딸가진 엄마의 입장에서
남의 딸은 뒷전이고 아들가진 엄마는
아무렇지 않게 얘기하는게 화가나서
내뱉은 말이 오해를 낳고 말았다.
아들,딸하나씩 있는 나는 할말이 없었다.
누구편도 들지 못하고 그냥 관망만 할수 밖에...
아들이 여자친구를 사귄다고 했을때
누누히 얘기 했었다.
'그애도 남의 귀한 딸이니 몸가짐 조심하고
섣불리 책임질 일은 하지마'
'엄마는 왜 이상한 쪽으로만 생각해요?'
아들은 나를 완전히 구시대적인 사람 취급을 했다.
그래도 딸가진 엄마의 입장에서 만에 하나라도
남의 딸에게 상처를 입힐까봐 노심초사하여
아들에게 틈만 나면 당부를 한다.
요즘은 몇년을 사귀다가도 헤어질라치면
그동안 주고 받은 선물을 몽땅 돌려주고는
미련없이 바이바이 한단다.
혼인신고도 안하고 동거형태로 살아보다가
맞으면 살고 맘에 안들면 헤어진다니까.
아무리 세월따라 변한다지만 요즘 젊은이들의
사고방식을 이해하기는 아직은 나는 역부족이다.
친구둘에게 어떤 말을 해서 서로 오해를 풀어줘야 하나.
이번 주말에는 숙제로 남는다.2002.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