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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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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BY 수련 2005-05-19

오늘 친구의 아버지를 뵈러 갔다왔다.
82세라 노환에 치매끼가 있어
정신이 들었다 나갔다 하셔서 언제
돌아가실지 몰라서 문안겸
들여다 보았다.
오늘은 오랜만에 앉아 계신다 했지만
손도 떨고 사람도 겨우 알아 보시는듯 했다.
친구도 다니러 와있었고
오랫동안 자리에 누워 대소변을 다 받아내시니
엄마가 너무 힘들다고 이제는 고만 돌아가시면
좋겠다 하였지만 빈말같아 보였다.

아버지!

나는 아버지를 모른다.
엄마와 언니의 얘기로만
아버지의 대한 막연한 기억뿐.
14살위인 큰언니의 말에 의하면
아버지의 바람은 정말 못말렸단다.
엄마를 무척이나 힘들게 하셨다는 아버지.

그러고보니 내 유년시절때
동네 아주머니들이 엄마보다 젊고 이쁜 어떤 아줌마보고
'저기 저 여자가 니 작은 엄마다'라며
웃던 기억.. 아마도 두세명은 되었던 것 같다.

우리 진짜작은 엄마는 부산에 사는데
이상하여 엄마에게 물으면 그냥 웃고 넘기시던 엄마.

얼마나 속이 새까맣게 탔을까.

자라면서 수시로 아버지에 대해 물으면
엄마는 한달 겨우지난 나를 돌아가실때까지
'우리집막내'라고
밖에 나갈때마다 잠바속에 품고
얼굴만 쏙 내밀어 온동네를
다니시면서 자랑했다는 얘기만 해주셨다.

자식에게 아버지의 나쁜 면을 얘기 하기 싫었음인지...
나는 남의 아버지들은 그냥 덤으로 계시는줄 알았다.
내가 자식을 낳아키워보니 아버지가 얼마나
필요한 존재인지 알겠는데,
엄마는 우리에게 아버지가 그립다는 느낌을
갖지 않게 해주셨다.
당신혼자힘으로 어린자식들을 키우면서
얼마나 힘들었을까.철없는 나는
당연히 우리집은 아버지가 없는집이라고
여기며 살았다.
그 빈자리를 엄마가 다 채워주었으니....

중학교 다닐때 친구의 집에 놀러 갔을때
친구의 아버지가 너무 낯설고 무서워서
눈길을 피했었고, 아버지 자랑을 하는 친구들이
이상해서' 정말 아버지가 좋니?' 묻기도 했었다.

내가 돌지나고 일주일만에 돌아가셨다니
사진으로만 보았을뿐 입밖으로 한번도
"아버지"라고 불러 보지 못했다.

전에도 가끔씩 친구아버지를 뵐때가 있었지만
친구 엄마가 안계시고 혼자 계시면
어색하여 친구 아버지에게도 부를수 있는
"아버지"라는 말이 입속에서만 맴돌뿐 내뱉지 못하고
가지고간 물건만 얼른 놓고
돌아서 나오곤 했다.

달처럼 이쁘라고 달속에 있는
계수나무를 비유해서 품속에 꼭 껴안고
어린 나를'계수나무야'
부르셨다던 아버지의 얘기 때문일까.
지금도 나는 반짝이는 별보다
깜깜한 밤하늘을 밝혀주는
"달"을 좋아한다.그믐이 다 되어가니
오늘은 달이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지금, 가만히 소리내어 불러보고 싶다.

" 아버지~"라고.............


20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