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덴마크 농민들에게 농업 탄소세 부과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1,216

무법자


BY 수련 2005-05-19

한달전 이사오고 일주일쯤 지났을까
저녁에 퇴근한 남편이 휘리릭~
흰봉투 하나를 내 앞에 던졌다.
물론 곱지 않은 시선으로...

뭔가 의아한 표정으로 열어보니 속도위반으로
이동카메라에 찍힌 통지서였다.

옆자리에는 까맣게 표시가 되어있어
웬 남자(?)한명 태우고 간것처럼 되어
남편의 또 다른 시선을 피할수가 없기에
확실한 증명을 내세우지 못하면
뒤집어 쓸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날짜를 보니 설 연휴뒷날이라
딸애를 태워주러 기차역으로 갔던날이었다.

낮 시간대라 남편은 근무중이고 사무실에 있었으니 당연히
내가 운전자이니 무슨변명이 통하랴.
더더군다나 범칙금에 벌점까지 받아야하니
더 움추려 들수밖에.

'속도위반 두번에 주차위반 한번,안전밸트 미착용 한번 이다'


작은소리로 말해도 좁은 집안에서 잘도
들리건만,내 머리속에 새겨두라고
다짐하듯이 퉁명스럽게 큰소리로 말했다.

여기로 이사오고는 남편이 직접 차를 타고
출근하니 이제는 내가 운전할일이 없어
조금은 뻔뻔한 표정을 지우며
이젠 위반할일 없으니 고만하라고 되받았다.

그런데......

어제 퇴근한 남편의 표정을 어떻게 표현할까.
마루를 내딛는 발소리가 울림이 있을정도로
쿵쿵거리며 또 흰봉투를 내앞에 내밀며
'도대체 당신은 무법자냐? 여자가 도대체가
교통법규의식이 없는거냐. 아니면 좀 모자라냐?'
며칠전의 좋던 표정은 어디로 가고
두얼굴을 가진 사나이 헬크의 표정이었다.

또, 속도위반통지서다.
이제는 나도 기가 막혀 말이 안나온다.
이건 또 언제냐 싶어 곰곰히 생각해보니

그날은 10부제에 걸린 날이라 남편은 차를 두고
나갔고 이사오고 나서 대구언니가 다니러 왔길래
마침 차도 있어서 주차장에 태워주러 갔던 날이었다.

위치를 보니 신호등이 있는곳이고 파란불일때
빨리 지나간것 같았다.
60키로인데 73키로라나..건너편에서 치사하게 이동카메라로
대기하고 있다가 찍었겠지.속상했지만 누굴 원망하랴.
법규를 지키지않은 다 내 잘못인걸.

이젠 입이 열개라도 할말이 없고 나는 완전히
범죄자마냥 남편앞에서 고개도 못들고 발뒤꿈치를 들고 다녔다.

딸에게 투덜거리며 전화로 얘기하니
'엄마는 너무 터프해서 그래요.ㅎㅎㅎ'
'애는, 나도 알고보면 부드러운 여자인데...'

2002.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