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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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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카


BY 수련 2005-05-19

 
아침에 커피한잔을 마시면서
모나카를 곁들어 먹었다.

초등학교 1학년때인가 처음 먹어본
모나카맛에 홀딱 반해 시장가실때마다 엄마는
항상 뭐 사다줄까 하고 내게 물으면
나는 단연 모나카라고 말하지만 제과점에 파는건
비싸다고 구멍가게에서 다른 과자를
사주시곤 했다.

갈증난 사람처럼 실컷 먹어보지 못한 모나카를
지금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사먹을수 있지만
달아서 한번에 많이 먹지는 못한다.

모나카를 처음 먹어본 경위를 생각하면
지금도 입가에 웃음이 밴다.

어릴때 우리집 이웃에 사시는 아저씨 한분이
계셨는데 아마도 잘생기셨던것 같다.
해질녘이라 어둑해지자 아저씨는
말쑥히 차려 입고 집을 나섰는데
이웃집 아줌마가 밖에서 놀고 있는
나를 황급히 부르더니 아저씨 뒤를
살짝 따라가서 누굴 만나는지 보고 오라는거였다.

엉겁결에 고개를 끄떡이며 조금 떨어지게
아저씨뒤를 따라갔다.어린마음에 용감하게
탐정놀이 하는것처럼 아저씨가 멈칫하면
나도 서고 행여 돌아볼라치면 얼른
전봇대뒤에 숨고...

동네를 벗어나 찻길을 건너가는 아저씨를
부랴부랴 따라갔는데 아저씨가 없어져 버렸다.
큰일났다싶어 두리번거리는 내 앞에
아저씨가 " 너, 여태 나 따라왔냐?"
하시며 웃는것이었다.

아저씨는 나를 데리고 시장통 입구에 있는
모나미라는 제과점엘 데리고 들어가서는
나를 심문(?) 하셨는데 용감하게
따라나서던 그 용기는 어디로 갔는지
순순히 아저씨 물음에 답하고 말았다.
"아줌마가 아저씨가 누구를 만나는지 보고 오라했어요"

아저씨는 웃으시면서 가서 아무도
안만나고 혼자 있더라고 하라시면서
모나카한봉지를 사주셨다.
봉지를 끌러 한개를 꺼내줬는데
어찌나 맛있던지 얼른 봉지를
가슴에 안고 "고맙습니다"큰소리를
외치고 단숨에 집으로 뛰어왔다.

이웃 아줌마에게는 말을 전달했는지는
기억에도 없고 혼자서 방문닫고 얼마나 정신없이
맛있게 먹었는지 지금도 생생하게
그맛이 남아있다.

아이들이 어릴때 남편은 퇴근때 꼭 과자를
사왔는데 자기가 어릴때 먹고싶었던
부채과자,오꼬시,입에 넣으면 미어터지는 왕사탕...
등을 사오면 아이들은 한번 맛보고는 쳐다보지도
안했고,나도
슈퍼를 돌다가 모나카가 눈에 띄면 바구니에
담아오지만 그 역시 우리 아이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것 같앴다.
시대 착오라지만 입맛도 세대따라,시대따라 변하는걸까.

옛날 살던동네를 지나치면 지금도 그 제과점이
그대로 있어서 어릴때의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이제는 너무 달아 한번에 두개 이상은 먹어지지 않지만
영원히 내 기억속의 모나카로 남아있을것이다
2002.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