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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자 자녀에게 식당에서 술을 권하는 부모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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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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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


BY 수련 2005-05-19

그저께 토요일오전에 한가하여
컴앞에 오랜만에 진득하게
앉아 여기저기 서핑하러 다니는데
뒤쪽에서 '삐리릭~' 하는 짧은소리가 들렸다.

남편이 핸푠을 안가지고 출근했나보다.
뭔가 하고 열어보았더니
문자메세지가 하나 들어와 있었다.

메뉴를 열어 확인을 하는데
8개의 메세지가 지워지지않은채
남아있어 하나하나 확인을 해보니
거의다 10자를 넘지 않는 문자들이었다.

'주말 잘보내세요''벚꽃이 이쁘네요'
'식사하셨어요'.................등등..
.한대 맞은것 같이 머리가 띵하다.

날수를 보니 4일에 한번정도로 보냈다.
아마도 남편은 마누라가 핸폰은 오로지 받고 끊을줄밖에
못하는줄 알거다.하기사 컴도 켜고 끌줄만 하는줄 아니까.

답장을 누르니 전화번호가 떴다.
011-****-****

글귀를 봐서 여자인건 틀림이 없는데
누굴까???. 젊은 아가씨 같으면
문장이 길텐데 잘못친 자음도 중간중간에 있는걸 보니
나이든 여직원인가 싶기도 하고...
다른때 같으면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서 핸푠 두고 갔다고
사람을 보내라고 하는데 문자 확인을 하고나서는
내내 심란하여 모른척 했다.

몇가지 문자로 봐서는 전에 있던 사무실
여직원같기도 하고....
시침떼고 몇번이나 전화를 걸어
목소리를 확인하고 싶은데
가까스로 참았다.

남편들이 바람을 피면 진짜로 고수가 아니고는
마누라가 거진다 감을 잡을수가 있다.
행동이나 습관,말하는데서'나는 지금 바람피고 있다'
하는 필~이 오기때문이다.

잠깐 내 행동에 제동을 걸고
곰곰히 생각을 해 보았다.
이쪽으로 옮긴 부서에서는 그다지 바쁘지 않아
여태껏 시간맞춰 꼬박꼬박 퇴근하고
어쩌다 회식있는날도 고주망태가 되어
들어왔으니 별일(?)은 못했을것 같고,
머리에서 발끝까지 모든 소지품은
내손안에 있고 양복 바꿔입을때마다
소지품을 매일 습관적으로 점검하니까
눈에 띄는 다른점은 발견하지 못했는데....

하기사 집에 들어온들 반겨주는
애들도 없이 허구헌날 못생긴 마누라에,
입만 열면 잔소릴 해대니 뭐가 재미있을까,
다람쥐 쳇바퀴돌듯이 밋밋한 직장을
왔다갔다하는 남편에게 조그만 활력소가 된다면
그냥 내버려둘까도 싶고, 혼자만의 설레이는 비밀을
간직하게 둘까, 아니면 그냥 콱~...

아니다.아직은 관망하는것도 괜찮을성 싶기도 했다.

그런데..마음한구석에는 '니가 무슨 도닦은 도사라고
그냥 넘긴단 말이냐' 싶지만 섣불리
아는채 했다간 되려 우습게 될까봐
토요일은 무사히 넘겼다.

이사와서는 마누라가 허리를 다치고,
또 감기때문에 보름넘게 골골거리다가
이제 겨우 다 나았다 싶으니까
어제 아침에는 화장실 바닥에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어 낑낑댔더니 허리를 주물러 주면서

'당신, 조심해.우리직원중에 혼자된 남자가
둘이나 있는데 꾀째째해서 못보겠더라.
우짜던지 아프지 말고 내캉 같이 건강하게 살아야재'

남편의 그 한마디에
왔다갔다하던 마음이 진정이 되어
'에이, 그래 맘씨좋은 도사가 되자'면서
어제 등산도 같이 갔다오고 저녁외식하면서
곁들인 반주로 잔을 쨍그렁 부딪히면서
'우리 건강하게 삽시다'하면서 술과 함께
꺼림찍한 마음을 뱃속 깊숙히 털어넣어버리기로 했다.

그러나,속으로는 '당신은 내 손안에 있으니
딴짓 했다간 늙으막에 ******'


2002.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