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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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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된 밤


BY 수련 2005-05-19

지금 시간이 새벽 3시가 조금 넘었다.
잠이 오지 않아 계속 뒤척이다가
할수없이 일어났다.
잠을 잘려고 누웠다가 갑자기
혼자 무인도에 떨어진
영화속의 주인공이 된것 같은 기분이다.

오늘, 아니 어제 직원들과 빠질수 없는
엠티때문에 지리산에 등반하고 자야 될것 같다며
문 잘 잠그고 자라는 남편의 말에
걱정말라며 내심 좋아라하면서 
이웃에 사는 친구에게 저녁에 헬스 가지말고
우리집으로 오라고 유혹을 하여
밤11시까지 맥주를 마시며 이야기 꽃을 피웠다.

친구를 보내고
대강치우고 씻고 테레비보다가 불을 끄고
잘려고 잠자리에 들었는데 그제사 새삼스레
옆에 아무도 없다는 사실에 묘한 기분이 들었다.
그때 친구에게 전화가 와서 혼자 자보니 어떻냐며
또,한참이나 수다를 떨다가 수화기를 내리고
잠을 청해 보았지만 어느새
잠은 달아나 버렸다.

내가 기억하기로는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 혼자가 된 밤이다.
결혼전에는 가족들이 있었고,
수학여행을 떠나도 친구들과 같이
지냈을거다.

결혼후에도 남편이 타지나 외국으로 출장을 가서
몇박을 지내다 와도 항상 아이들이
옆에 있었다.

2년전에 작은아이마저 대학가고나서는
남편과 줄곧 둘만 지냈지만 거의 당일치기출장이었고,
서울에서 몇일간 일이 있을때는 따라 올라가
나는 아들자취방에서 아들과 같이 지내다 내려오곤 했다.

간혹 직원들과 회식을하다가
꼭두 새벽에 들어오는 날도 있었지만
금방이라도 남편이 들어올거라는 기대감과 불안함에
혼자라는 생각을 해보지를 않았다.

오늘은 시계를 쳐다보는 기다림도 없고,
혹시라도 무슨사고라도 날까 하는 염려도 없는.
그냥 편하게 자면 되는데
눈을 감고 아무리 잠을 청해 보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머리속은 더 맑아지고 누워서
뒤척이니 허리만 더 아픈것 같아 할수없이
일어나 거실에 나와서 뜨거운 녹차한잔을
마시면서 컴을 켰다.

컴속에 들어와 음악도 틀어 내려놓고,
내 평생에 혼자만 가져보는 이 소중한 시간의
흔적을 남기고 싶은 마음이 들어
클릭을 해본다.

누군가 이런 내 모습을 보면 청승스럽다 하겠지만
오늘은 처음 태어나서 경험해보는 혼자만의 밤을
평상시와 같이 보내기 싫음이다.
앞으로도 이런 기회가 또 있을지 모르겠지만
어쨋거나 나는 지금 기분이 묘하다.
2002.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