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꽃을 좋아한다. 이맘때 남의 집을 방문할때면
과일보다 봄꽃을 사들고 간다.
화원아저씨는 봄이 되면 자주 발걸음을 하는 나에게
"꽃좋아하는 아줌마,또 시작이네요"하며 선한 웃음을 지며
화분을 담아준다.
예전에 우리집 베란다 풍경이다.맞은편에도 꽃들이
있는데 앵글에 다 잡히질 않았다.
5층짜리 아파트에 살때는 꽃색깔이 다른 연산홍를
분양받아 손바닥 만한 작은 화분에
30개쯤 키웠다.두송이만 남기고 꽃눈을 다 따버리고
나면 작은 분에 핀 여러가지색의 연산홍이
신비롭기까지 하다.
그러다가 14층으로 이사를 오니 겉자라기만 하고
꽃눈이 잎으로 변해버리는 바람에
마당있는집에 건네주기도 하고 아파트 경비실 옆에다
심어버렸다.
높은층이라 분재보다는 단순히 꽃이 피는 화초가 낫겠다싶어
일년내내 보라색과 흰꽃이 피는 사랑초, 갖가지 색의
바이올렛,따뜻한 햇빛을 받으면 한겨울에도 잘피는
아프리카봉숭아, 4월이면 향기를 품어내며 하얀꽃을
피우는 깅기아나, 그리고 내가 제일 아끼는
'마삭줄'이 있다. 바람개비처럼 생긴 하이얀꽃에 그 향이
너무 진하여 집안에 들여다 놓으면 향기에 취할정도이다.
친구모임이나 다른 모임도 마삭줄꽃이 피면 내 차례가 아니라도
꼭 우리집에서 모임을 갖는다.
주홍색의 예쁜 한련화는 또 얼마나 이쁜지
때도 모르고 우리 베란다에서는 겨울에도 꽃을 피웠다.
제라늄도 이쁜색깔이 있는집에서 색깔별로
꺾꽂이를 해 여러화분에다 심어놓으니 여늬
비싼 화분들보다
훨씬이쁘고 일년내내 눈을 즐겁게 해준다.
거의다 꺾꽂이가 되는 꽃들이라 봄이면
경비실옆 빈 땅에다 종류별로 심어놓아서 뿌리가
내리면 아파트 집집마다 나누어 주었다.
아파트 화단에 낯선 봄꽃이 피면 모두들 내가 심어놓은줄 안다.
그러다가, 재작년 남편따라 시골로 가면서
매일 물을 줄수가 없어 한통로 여러집에
나누어 주었다.
다시 이사를 오면 돌려주겠다며 꽃이 핀 화분들을
안고들 갔는데 가끔씩 들러 꽃이 잘피냐고 물으면
"아줌마 집에 있을때는 잘도 피더니만 우리집에
와서는 잘안피네요?"
"그냥 물만 쓰윽 주지말고 인사도 하고 만져도 주고 그래야 잘피지"
그렇다. 꽃들도 감정이 있다.
관심을 가져주고 이뻐해주면 자랑하고파서 더 이쁘게
꽃을 피우는것 같았다.2년동안 남의 집에서
잘 자는지 어제 몇집을 둘러보니
이제는 여러 집집에서 자리를 잡아
잘 자라고들 있었다.
지금도 남의 집에 살고있어 화분을 키울수는 없다.
대신 내가 꽃을 좋아하는줄 알기에
새로운 꽃이 피었으니 보러오라고 여기저기에서 발발이 전화가 온다.
봄이라 길가에도 화원에도 가득 심어져있는 꽃들을 보니
다시 예전 처럼 꽃을 키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