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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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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못사나?


BY 수련 2005-05-19

새벽에 빗소리에 잠을 설쳐
외출에서 돌아와 한숨잘려고 누웠는데
되려 맹숭맹숭해진다.

작년10월에 폐암과 위암으로 저 세상으로 떠난
마틸다의 생각에, 또 그 남편의 재혼때문에.

지난 일요일에 학생미사를 가서
마틸다의 중3짜리 작은 아들을
봤는데 예상밖으로 쾌활해 보여서
마음속으로 정말 다행이다 싶었다.

혹여라도 엄마없이 주눅이 들어
시무룩해있었으면 가슴이 아팠을텐데
친구들과 웃으면서 천진스럽게 얘기하는모습에
내 마음도 밝아졌다.
가까운 시장에서 장도 볼겸
장사를 하는 마틸다의 손위동서도 만나보았는데
머뭇거리며 뜻밖의 말을 하였다.

"저어기, 우리 시동생이 6월 세째주에 결혼해요"

진짜로 누가 뒷통수를 한대 때리는것 같앴다.
마틸다가 죽은지 얼마나 되었다고,
7개월도 아직 안되었는데 벌써 재혼한다고???

덧붙여서 40살 먹은 노처녀인데 참하다면서
결혼식에 꼭 놀러 오라고 했다.
마음과는 달리 너무 잘됐다고,혼자살기 힘들텐데
잘한 결정이라고 마틸다 신랑한테
축하한다고 전해달라는 빈말을 하고는
돌아서는데 생전의 마틸다의 웃는 모습이
떠올라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마틸다는 생전에 남편과 거짓말처럼 한번도
싸운적이 없다고 얘기했었고, 진짜로 좋은 남편이라고
자랑을 했었다.

금슬이 좋은 부부일수록 혼자가 되면
못견뎌서 빨리 재혼한다는 말을 얼핏 들었지만
아내가 세상을 떠나지 얼마나 되었다고,
밀려드는 서운함을 감출수가 없었다.

혼자 궁상떠는 아들을,오빠를, 또 시동생을 보다못해
집안에서 적극 권했을수도 있겠지만
만약에 마틸다가 혼자가 되었다면
아들둘 다 대학까지 마치고, 결혼을 시켰어도
생전에 자상한 남편을 생각하며 살아갈거고,
엄마가 재혼하면 사돈댁에 흉잡힐까봐
늦도록 혼자 살것 같은데...

남자와 여자는 겉으로 드러난 신체구조를 빼고는
크게 다를것도 없는데 왜 혼자 버텨내기가 힘들까.
물론 언젠가는 재혼하겠지,하지만
1주기도 지나기전에 본의가 아니다 하더라도
벌써 다른 여자를 만난다는건 어째 좀 그렇다.

48살이면 성욕을 일년도 억제 못할 나이인가?
아니면 혼자 살림사는게 힘든건가.
마틸다가 2년가까이 암과 싸울동안
직접 아이들 도시락도 싸고,설겆이도 잘하던데....

나름대로 서둘러야할 이유가 있겠지만
그래도 일년이라도 지난후라면 이해할수도
있겠는데 좁은 아낙의 마음은 도무지 납득이 안간다.
그래서 죽은 사람만 섪다했던가.

내가 죽으면 남편또한 마찬가지겠지 싶다.
남의 남편을 흉볼처지도 아닌것 같다.그래도..

하루종일 쉬지않고 밖에는
비가 내리고, 누워있어도 잠은 안오고
자꾸만 서운한 마음이 들어 괜히 몇자 끄적여본다.

2002.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