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주동안 남편과
다툼끝에 입을 다물고 냉전을 했다.
남편은 마루에, 나는 방에서 테레비를 보고,
자고,서로 부딪치지 않게 화장실엘
가고,물떠먹고..
일주일쯤 지나니 슬슬 지루해지기 시작했지만
이번만큼은 남편에게 굽히기 싫었다.
전에 살던곳에서는 아래윗집이 있었고,
***관사인줄 이웃이 다 아니까
소리를 지르면 창피해서 참고 또 참았는데
이사와서는 이웃도 모르고 일층이라
쿵쾅거려도 모르겠지 싶어 술이 취해 들어와서
또,시비를 걸길래 오냐 싶어 마음놓고
소리지르며 대들었다.
마누라의 돌변한 행동에 술이 확 깨는지
이 여자가 머리가 어찌됐나하며 고함를 쳐도
수그려들기는 커녕 되려 맞대어 더큰소리를
질러대니 남편도 질렸는지 결국 입을 다물었고
그 여파가 일주일내내 이어졌었다.
이사온 아파트에 친구가 두명 살고 있는데
가끔씩 저녁에 전화가 와서 목욕가자고도 하고,
이번달엔 저녁모임을 하자했지만 남편이 일단 집에
들어오면 꼼짝도 못하는 나는 언감생신
저녁외출은 꿈도 못꾼다 했다.
친구는 기가 막히다는듯이
우리 나이가 몇살인데 아직도 일일이 행동제약을
받아야 하느냐 했지만...
나이가 들면 남편들도 조금씩 기가죽고 아내들을
풀어준다는데 우리 남편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여자가 조신하게 집안에만 있기를
바라는 봉건적인 사상을 버리지 못한다.
일주일을 냉전끝에 남편은 단단히 작정을 하고
좀체로 수그러들 기색이
없는 마누라가 힘에 부치는지
내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어 구원요청을 하며
저녁먹자고 약속을 했다.
의도적인지 모르지만
한친구는 자기 남편은 금방 밥을 먹어서
안왔다면서 마누라 허리가 안좋다고 대신
소화도 시킬겸 집안청소중이라고 했고,
또 한친구의 남편도 직장생활하는 마누라가
늦으면 자기가 밥을 차려먹는데 오늘은
제대로 먹겠네하면서 우스개 소리를 했다.
그러면서, 남편더러 요즘은 마누라에게 져주는게
편하다며 남자들이 참아야지 어쩌겠냐 너스레를
떨었지만 남편은 영 찝찝해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두친구 남편들의 행동은 우리 남편에게는
상상도 할수 없는 일이다.퇴근하면
밥상이 바로 차려져야하고,
물,재떨이,하면 즉각 대령해야하는데,
웬청소? 어림없는 먼나라 이야기다.
물론 도가 넘치게 자유를 달라는건 아니지만
언니집에도 마음놓고 하룻밤을 못자고오게 하니
자식을 다 키우고,이제 생활의 기반도
잡히고, 50이 내일 모레인데
언제까지 이렇게 남편의 눈치를보며
고양이앞의 쥐처럼 굴어야하나 싶다.
싸움의 끝은 흐지부지 되었지만 아마도
평생을 이렇게 살아야 할것 같다.
굶어 죽는 한이 있어도 마누라는 밖으로
내보낼 사람이 아니니
서로가 기운만 빼는 승산없는 싸움은
애시당초 시작하지 않는게 나을성도 싶고,
아니면 끝까지 자유를 쟁취하기 위하여 목숨을 내걸던지...
어느것이 정답인지 모르겠다.
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