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백화점엘 들렀더니
오늘이 스승의 날이라고 각 코너마다
예쁘게 포장한 선물들이
진열되어있고, 그앞에는
많은 엄마들이 서성대고 있었다.
옛 스승님께 드릴 선물을
사는걸까. 아닐것이다.
아이들의 선생님께 드릴 선물을 고르면서
고심을 하는 엄마들을 보면서
착잡한 마음이 들었다.
나도 옛날에 저랬던가.
큰애를 학교유치원에 등록하러 갔다가
그해에 일학년신입생이 많이 모자란다는
얘길 듣고는 응겁결에 일학년으로 입학을 시켰다.
글이라고는 지 이름석자밖에 모르는 아이를
입학시켜놓고 받아쓰기를 할때마다 20,30점을
받아오는 애를 보면서 후회를 했지만
이미 엎지러진 물이니 할수없었다.
그래도, 남자아이라서 그런지 기도 죽지 않고
신이 나서 잘 다니는걸 보니 그나마 위로가 되었고,
처음 학부형이 되어 스승의 날을 맞았지만
아이에게 맡겨둘 참으로 그냥 넘겼었는데
다음날 선생님께서 학교에 나오라는 전화를
받았다.
이유인즉, 스승의날 선물을 보니 아무래도
이상해서 돌려준다길래 봤더니
남편이 매일 먹는 반쯤 빈 간장약병을 내밀었다.
아이에게 물어보니 선생님이 아빠처럼 담배를
피셔서 건강이 나빠지면 어쩌냐며 아빠약을
갖다드렸다고 했다.
미안해 하는 나에게 선생님은 아이의 마음을
선물 받았다면서 웃으셨다.
마흔이 훨씬 넘었을 남자선생님은
운동회때 아이들과 같이 열심히 무용하는 모습이
하나도 어색하지 않았고,글도 삐뚤빼뚤 알아보기힘든
일기장에 항상 "잘썼어요"라는 메모를 해주시니
철없는 우리 아이는 선생님이 최고였다.
일학년을 마친 2월에 남편과 같이
가까운 아파트에 사시는 선생님의 집을 찾아
일년동안 천방지축인 아들을 지도해주심에
감사한 마음을 과일에 담아 인사하고 나왔다.
그후로도 해마다 스승의 날에는 아이들에게
맡겼고,따로 마음의 부담을 가져보지 않았다.
어제 저녁에 딸애에게 전화를 했더니
교수님 선물살려고 친구들과 밖에 나와있다길래
'얘, 백화점 상품권을 드리렴''엄마는,그런 성의없는
선물이 어디있어요.우리가 다 알아서 해요' 했다.
속보이는 실리적인 내 의견은 통하지 않았다.
저희들의 마음을 담은 선물을 하고싶겠지.
오늘 아침 신문에 어느 학부형이 스승의날에
선물대신에 아이들에게 선생님께 하고 싶은 말을
편지를 써서 내라고 한다면서 자기 아이의 선생님처럼
전국의 선생님들이 학부모에게 부담을 주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글을 읽었다.
작년에는 또, 스승의 날을 학년이 마치는 2월로 옮겼으면
한다는 논란도 제기되는걸 보니 '스승의 날'참뜻이
왜곡된다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다.
왜, 아름다운 5월이 많은 젊은 엄마들에게 잔인한 달로
비춰져야 할까.담장마다 늘어진 장미와
갖가지 꽃이 피고 아카시아향이
가득한 5월을 가슴을 활짝열고 숨을 깊이 들이마시며
향기에 취할수있으면 좋으련만.....
내년에는 모든 사람들에게 5월은 일년중
가장 아름다운 '月'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