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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러움


BY 수련 2005-05-19

음식쓰레기를 바깥에 놓인
분리통에 버리고 집으로 들어오다말고
아파트를 올려다보았다.

25층! 목을 있는대로 뒤로 젖혀야만 끝이 보인다.
잠시 뒤로 물러서서 우리집을,아니
지금 몸담고 있는 집을 쳐다보았다.

25층의 1층이다.
육중한 콘트리트에 짓눌릴것만 같다.
17층 아파트에 살때는 떨어질까봐 베란다를
나가지 못해서 머뭇거렸는데 지금은
오히려 저층보다 고층을 더 선호하게 되었다.
그러나,지금 내 신세는 1층,25층을 가릴처지가 아니다.
아파트에 눌려 숨을 못쉬어도 더 머무르고 싶은 심정이다.

지난해 12월에 아파트를 팔았다.
남편의 근무지를 따라 시골에 살게되어
집을 2년이나 비워놓았는데 계속 관리비만
내기도 그렇고, 작은 딸애라도 방학때 집에 내려오면
있었는데 3학년이 되니
잠깐 들릴뿐 머무르지를 않았다.
그리고,앞으로 2,3년은 더 객지로
다녀야 한다며 비워두느니 그냥 파는게
어떻냐는 남편의 말에 화분에 물주러 일부러
일주일에 두번씩 들러는 일도 번거로워 그러자고했다.

우리집 맞은편에 마침 언니가 사놓은 작은 평수의 재개발
아파트가 비게되어 짐을 정리하여 차곡차곡 넣어놓고
남편따라 홀가분하게 다른시골로 가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런변고가!!!!!!
구정쇠고 바로 인사발령이 났는데
뜻하지않게 도로 창원으로 오게 되었다.
원래 인사란 두껑을 열어봐야 알수있기에
전혀 감지하지 못한다.
삼일밖에 여유가 없었고,
짐을 넣어놓은 아파트에는 짐이 꽉차있어서
짐위에서 잠을 자야할판이었다.

이틀동안 집을 구하러 다녔는데
두서너달사이에 엄청나게 값이 올라서 전세가
우리집을 판값보다 더했다.
이재에 밝지못한 내 둔한 머리를 탓도해보지만,
이래저래 배도 아프고,당장 비어있는집도 없고,
안되면 여관에라도 머무러야할 처지라
속이 너무상하여 이틀동안 잠도 못이루고 끙끙앓았다.

남편은 눈도 퀭하고 입술이 부르턴 내 꼴을 보더니
씩 웃으며 "어이,마누라, 걱정말거래이,마침 빈집이
있는데 몇달동안은 살수있을것 같애.임시 그리로 옮기자"

우선 끓여먹을 그릇,이불,옷을 몇가지만 챙겨들고
이사를 왔지만 불편하기 그지없다.
수시로 짐넣어놓은 아파트를 들락거리며 필요한물건을
가져오고,제사도 벌써 여기서 두번이나 지냈는데
집이 좁다고 아무도 오지말라고 했더니 시댁식구들의
그 눈치를 견뎌내기도 할짓이 아니다.

서너달만 살고 비워주기로 약속하고 들어온집이
지금 살고있는 이 아파트인데 이사온지가 어느새 넉달이 지났다.
남편도 오래 머무니까 입장이 곤란해지는지
곧 비워져야한다고 닥달하여
지난달부터 계속 집을 보러 다니는데
한번 오른 아파트값은 내릴 생각을 않는다.

아파트를 싸게팔고 몇천만원을 더 주고
같은 평수의 아파트를 살려니 심사가 뒤틀려
도저히 못사겠다.
지방선거끝나고 나면 조금 내리겠지 했는데
요지부동이다. 그럼 날씨가
더워지니까 조금 싸지겠지 싶어
그저께부터 본격적으로 부동산으로,게시판으로
다녀보지만 한번 오른 가격은 도무지 내려올 생각을
않는다.

오뉴월 날씨에 땀을 흘리며
오늘도 부동산을 전전해야하는 내신세가
처량하다.이 나이에 갑자기
집없는 설움을 당할지 상상이나 했을까.

만약에 내가 우겨 집을 덜렁 팔았으면 아마도
남편의 구박에 나는 이 세상사람이 아닐지도 모른다.
자기가 큰소리치며 팔아도 된다며 부추겨서인지
돈을 더 치루고라도 사라고 채근하지만 배가 아파서
선뜻 계약을 못하겠다.
7월이 되면 조금 더 내려가겠지 싶지만
그건 내 희망사항이고.

아, 서럽다. 집가진 사람들이 요즘은 왜이리 부러운지...


2002.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