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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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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투


BY 수련 2005-05-19

2주전 토요일에 강원도에서 군복무중인
아들이 자정께 전화가 와서는
선임하사님이 모친상을 당해서 대대를 대표해서
동료장교3명과 집근처 삼성병원에 문상을 왔다며
좀있다가 집에 갈테니까 동료들을 재워달라고 했다.

마침 남편은 동창회에 갔다가
술이 취해 마루에 있었다.
아들의 전화를 끊자마자
부랴부랴 냉동실을 뒤져 돼지고기를 꺼내어
야채를 넣어 고추장 양념으로 버물러놓고.
혹시 상가집에서 부실하게 먹었을까봐
쌀도 씻어 안쳐놓고, 아들이 좋아하는 과일 사라다도 만들었다.

전화를 끊자마자 남편을 거들떠도 안보고
과일을 깍고,양파를 썰며 마늘도 찧고...

부산하게 움직이는 마누라가 못마땅한지
" 시계가 몇시인데 마늘을 찧냐? 아니.내가
안주 좀 해달라고 할때는 들은채도 안하더니
아들놈 온다니까 신이 났구먼,신이났어"

"일층이라서 괜찮아요.
자기는 먹을거 다 먹고 들어왔으면서
뭘 또 해달라구요. 당신은 그냥 주무시기만 하면 돼요"

고개도 안돌리고 계속 반찬을 만드는데
옆에서 혼자 뭐라고 하는 소리를 들어보니
웃음이 나왔다. 돼지고기 볶는 냄새가 나니까
킁킁대더니
"그래 아들이 그렇게 좋냐.평소에 내 먹을 반찬도
맛있게 좀 해보지.내 입은 입도 아니냐?
흥~ 아들이 온다니까 정신을 못차리는구먼 "
연신 궁시렁댔다.

남은 바빠죽겠는데 심통을 부리며 맥주가져오너라,
지금 만드는거 나도 좀주라.또 뭐 만들었냐며 사람을
닥달을 하길래 대강 차려주고는
"혼자 자작해서 드세요. 지금 바쁘니까.."

한참을 지나 조용해서 쳐다보니 먹다말고 코를 골며
잠이 들었다. 조금있다가
대문가득히 4명의 군인이 들이닥쳤는데
현관이 비좁아 순서대로 워커를 벗고 들어왔다.

새벽2시가 되었지만 한상 가득히 차려놓은
음식은 순식간에 없어졌다.
먹고 바로 자면 탈나면 어쩔까 했지만
다음날 오전11시가 훨씬지나 일어났는데 다들
멀쩡했고,아들은 그날 귀대해야된단다.

남편은 전날밤에 아들들이 오는걸 못봐서 미안한지,
아니면 아들동료들에게 체면도 세워야 하는지
밖에서 고기를 사준다며 다 데리고 나갔다.

어젯밤에 돼지고기를 먹었으니 쇠고기를 먹어야한다며
처음에 갈비살 10인분을 시켰는데 남편과
내입에 넣을새도 없이 굽기 바쁘게 없어졌다.
다시 또 10인분을 추가하였고, 물냉면 한그릇씩을
먹고서야 젓가락을 놓았다.

남편이 계산하는데 슬쩍보니 에구머니나,
한달 반찬비와 맞먹네.
"안녕히 계십시요,충성! " 경례를 붙이며
차를 타고 떠나는 장정들을 쳐다보니
한달동안 간장만 찍어먹어도 좋을것 같았다.

오늘은 아들의 근황도 궁금하고,
비가 많이 와서 혹시 피해가 없나하고
낮에 전화를 해봤더니 강원도에는 비가 그쳤고
어제부터 '대민지원'을 나왔다며
수해지역의 복구를 위해 부대원들이 열심히
삽질을 하는중이란다.

씩씩한 아들의 목소리에 마음이 뿌듯해져온다. 2002.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