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근래들어서 나의 건망증은
우려에서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내가 생각해도 요즘 왜이럴까싶을정도니까....
9월첫날이 엊그제 같은데 열흘넘게
무얼하고 지냈을까 기억에서 사라진 날짜처럼
뒤죽박죽으로 지나가버렸다.
전에는 메모지를 냉장고에 붙여두고
수시로 확인을 했었는데
이사하면서 냉장고에 붙이는 자석이 없어져버려
그냥 기억하면 되겠지하고는
둔한 머리만 믿다가 실수연발이다.
지난주에 아파트건너편에 있는 백화점에가다가
지하도입구에서 할머니가 찹쌀을 팔고 계시길래
한봉지를 사서는 백화점바깥에있는 보관함에 넣어두고
쇼핑을하고는 잊어버리고 그냥 집으로 왔다.
그저께 가방속에 낯선 열쇠가 있어 갸우뚱거리다가
그제사 생각이 나서 허겁지겁뛰어가서
일주일간 얌전히 주인을 기다리는 찹쌀을
꺼내왔었다.
그런데, 결정적으로 나를 절망에
빠뜨리는 심각한 건망증에 잠이 들기전까지 침울했었다.
작은애의 2학기등록금을 내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공부를 잘해서 학비를 전액면제받는것도 아닐진데,
등록금도 내지않고 다니는 우리 딸.
2학기 시작한지가 3주째가 되었는데도
이렇게 잊어먹고 있을수가 있나.
어제 테레비에서 등록금이란 말이 언뜻나오는
바람에 순간적으로 "아차, 등록금!"
"여보! 우리 혜은이 2학기등록금 냈어요?"
"뭐!.이사람이 정신이 있나 없나,에미가 되어서
애 등록금도 안챙겼냐?"
서둘러 딸애의 핸폰에 전화를 했다.
"혜은아! 너 2학기 등록금냈니?"
묻는 나도 우습다. 애가 무슨 돈이 있다고...
"어, 엄마, 안내셨어요?난 엄마가 당연히 낸줄알았는데...
히히,그럼 이참에 학교 고만 다닐까??!!"
억지로 밀어넣은 교대라 아직도 지 적성에 맞지않다고
궁시렁거리는 딸아이를 잔소리말라며 욱박질렀었는데
좋은 빌미다 싶은지 뒤퉁스런 지 엄마를 놀린다.
"와! 울 엄마 진짜 치매끼가 있네.
신경정신과병원에 함 가보세요."
추가등록이 14일까지란다.
휴우~ 다행히 이틀남았다.어제저녁내내
남편의 퇴박에 저녁먹은것이 소화도 안되는것 같았다.
밤에 잠자리에 누워 내일부터
메모를 하고, 매일 달력을 보며 확인을 하고,
'수련'정신을 똑바로 차려라 하고
내 자신에게 다짐에 또 다짐을 했는데.....
오늘도 별 할일이 없는것 같아
아침부터 빈둥거리며 여기저기 전화로
수다를 떠는데 잠시 끊은 사이 벨이 울렸다.
"수련님! 오늘 반모임하시는거 알죠?10시까지입니다."
3일전에 전화를 받았는데 이틀새 또 잊었다.
어머나,9시 40분이네.
번개불에 콩볶듯이 세수하고, 머리감고,대강
찍어바르고 시침떼고 참석을 하고왔다.
그런데, 또......
저녁에 추어탕이 먹고싶다는
남편더러 끓일려면
재료비가 더많이 드니까 그냥 둘이
한그릇 사먹는게 싸게 먹힌다며
출근하는 남편에게 애교스런 목소리로
추어탕먹으러 가자했었다.
따르릉~ 올케언니의 목소리~
"고모.오늘 저녁에 아버지제사인거 알지?"
아이고,남편에게 또 한소리 듣게생겼네.
나 정말 요즘 왜 이러나????????????
2002.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