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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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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코파이 한 개


BY 수련 2005-05-19

오늘 미사에 갔더니
군인주일이라했다.

군종신부님이 미사를 집전하시는데
머리가 짧아서 한눈에 군인같아 보였다.

아들생각이 나서 집에와서 전화로
일요일이니 성당에 가라했더니 훈련중이란다.
군대에 가서는 아예 성당에는 얼씬도 안하는 모양이다.

아들은 대학 3학년부터 학군단이라서 방학때 마다
훈련을 받으러 갔었다.그때
일요일이면 부대내에 있는 성당에
갔는데 갈때마다 초코파이를 한개씩
주는데 그맛이
사회에서 먹던 초코파이와는 맛이 다르다나.

한입에 쏙 넣으면 씹을것도 없단다.
꿀맛같아서 한통이라도 금방 먹어치울수있는데
그 한개가 아쉬워 너무 허망하기까지 했단다.

그 다음주 일요일에 같이 훈련 받는 친구들에게
성당가면 초코파이를 준다며 같이 가자했더니
얼씨구나하며 다섯명이 따라 나섰단다.
그런데, 미사를 마치고 신부님이
오늘은 초코파이가 모자라니 장교후보생은
나오지 말고 사병들만 나와서 받아가라했단다.

바삭거리며 봉지를 벗겨내어 한잎에 넣어 오물거리는
사병들의 입만 쳐다보던 친구들이
똑같은 입인데 우린 왜 안주냐며
다시는 성당에 안갈거라면서
투덜거렸다는 말을 듣고는 우습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가슴이 아팠었다.

훈련받을때의 초코파이 한개는 생크림케잌에
비교도 안될만큼 맛있었다고하니
흔한것도 구하지 못하면 귀하고 맛있기 마련일것이다..

자대배치받으면 그 부대안에 매점이 있어서
사먹을수있는데 훈련받을동안은
돈도없고, 마음대로 매점을 갈수도 없다했다.

그말을 들은후에 당장 군종후원회에 가입을 했다.
내가 다달이 내는 오천원은 작은 돈이지만
부대내에서 신부님들이 사목일을 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라나 싶기도 했지만
가입할때의 그때마음은 성당에 오는 군인들 모두에게
초코파이가 한개씩이라도 돌아갈수있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아들을 일반 사병으로 군대보낸 이웃엄마가
'그래도 아줌마 아들은 장교라서 군생활하기가
훨씬 편하잖아요' 하였다.

물론 일반 사병과는 비교할수는 없겠지.
군대가면 밥세끼는 꼬박 얻어먹겠지했더니
장교라서 부대밖에 있는 BOQ 에 나와서 자는데
아침,저녁을 사먹어야하는 바람에
대학다닐때와 마찬가지로 아침은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저녁도 항상 9시나 되어야 밖에
나와서 먹고,주말도 툭하면 비상이나 대기근무를 하였다.

휴가도 석달에 한번 2박3일 주니까
집이 멀어 오가며 이틀을 잡아먹어 집에는 오지도 못하고
서울에만 들러 친구만 만나고 가니 아들놈이 보고싶으면
내가 올라가야 하는 판국이다.그러나,저번처럼 일요일도
대기근무면 나오질 못하니까 지척에 가서도 만나지 못했다.

다른 친구들이 방학이라 쉬고 있을때
한달내내 훈련받고,학기중에도 군사교육을 받으며
3,4학년동안 단복을 입고다니며 행동제약을 많이 받았었다.

괜히 학군으로 보냈다며 안쓰러워하는 나에게
남편은"누가 쉽게 장교를 시켜준대?
힘들긴 뭐가 힘들어,그 정도는 훈련받는것도 아니야."
사관학교출신아닐랄까봐 목에 힘주며 말하는게
어찌나 밉쌀스럽던지...

소위로 임관하고 4개월동안 또 훈련받고
소대장으로 부임해가면 그 책임은 또 얼마나 큰가.
혹여 소대원 한명이라도 이탈자가 생길까봐,
또,문제가 일어날까봐 신경이 많이 쓰이는것 같았다.

이번수해때도 이틀걸러 수해복구하러 나가면
장교라서 사병보다 일을 덜 하나싶었는데
"내가 일을 안하면서
어떻게 중대원들에게 일을 시켜요.그리고,
불상사없이 무사히 귀대를 할수있을때까지
얼마나 신경이 쓰이는데요"

6월달에 진급하면서 대대로 옮겨
중대장직을 맡은모양이다.소대를 맡다가 중대는
인원이 훨씬 많으니 어깨가 더 무겁단다.
신문에 간혹 군부대내에 문제가 발생하는 기사가 실리면
혹시나하고 부대확인부터 하며 가슴이 졸이게 된다.

장교나 사병이나 군복무하는
아들을 둔 엄마마음은 여늬엄마나 똑같다.

이땅의 모든 군인아들들이
아무탈없이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더욱더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제대하였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드렸다.2002.1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