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동안 내가 사는 지방의
여성단체에 속해있는
여자들만 150여명이 모여 수련장에서
여성권익신장,정책발전이라는
거창한(?)토론을 벌이는 자리에
들러리로 참석을 하게되었다.
조별로 나누어 토의주제를 정하여
열띤토론을 벌였다.
나는 전업주부라 따로이 할말도 없고
글로나 표현할줄알까 입밖으로 내뱉을줄을 모르니
주로 경청만 하였다.
한사람씩 일어서서
자신이 생각하는 여성권익에 대하여
주장을 펼치는데 어찌나 논리적으로
말을 잘하는지 살림사는 주부들이 맞나 싶었다.
그렇다고 그 여성들이 정치를 하는사람도 아니었다.
집안 살림을 하면서 각 여성단체에서
여러봉사활동을 하는 사람들이었다.
시골에 있을때 여러 여성단체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여자분들을 많이 접했었는데
그 분들은 새벽에 일어나
과수원일,집안일을 부지런히 해놓고서
단체에나와 무의탁노인들집을 돌면서 반찬을
나누어주고,또 행사때마다 큰솥을 걸어놓고
수백명의 밥을 해내는것을 볼때 여자들의 힘이
대단하다는걸 느꼈다.
군에서 대외적인 행사가 있을때마다 여성 단체들의
협조가 없으면 안될정도였으니까.
나는 집안에 앉아서 신문이나 여러가지 메스컴을 통해
여권신장을 부르짖는걸 보면서
고개만 끄떡일줄 알았지 달리 나서서
목소리를 높인적이 없으니 입이 열개라도 할말이 없다.
우리사회의 모순된 여성차별의 사회구조에서
직장생활을하며 아이들을 키워내고 집안일을 겸사
해내는 많은 직장여성들을 나는 진심으로 존경한다.
아직도 실시되지않는 '호주제폐지'라던가
선거때마다 공약만하는 여성의 정치참여비율제는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고 있는 시점에서
아무리 여정정치참여나 여성권익을 부르짖어봐야
계란으로 바위치기밖에 안되는 우리의 정치
현실에 모두들 통탄해 했지만 여자들이
뚫고 들어가기에는 우리나라정치구조의
벽이 너무 두껍다는 생각은 여자들 모두가
갖는 동일한 생각일것이다.
가까운이웃 일본만 하더라도 외무부장관이 여자이고
거대한 미국도 이전에는 국방부장관이 여자였다.
우리는 어떤가, 기껏해야 여성부장관자리나
내주고는 인심쓰는척한다.
외무부,국방부 장관자리라니, 언감생신이다.
여성총리가 발탁됐을때는 '혹시나..'했지만
'역시나..'로 불발됐었다.
그런데, 항간에는 여자의 적은 바로 여자라는데
그말도 생각해볼 의미심장한 말이다.
'여자가 여자의 후원자가 되어야한다'는
웃지못할 말도 있으니까...
곧 대선이 있을것이다.여자대통령이 나온다면
전적으로 밀어줄수 있을까.
나는, 우리는 과연 어떤가.
말은 '여권신장'을 외치면서 속으로는
'여자가 무슨...'
그런 이중성을 가지고 있지는 않는지
한번쯤 되짚어봤으면 하는 마음이 든다.
2002.1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