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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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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BY 수련 2005-05-19

이번에 여권 갱신때문에 증명사진을 찍었다.
그런데,왠지 낯설여보여
사진속의 나를 보며 거울을 들여다보았다.

거울속의 나는 저렇게 나이들어보이지는
않는데 ...
아마도 나이듦에 인정하고 싶지 않음이리라.

그러나,사진은 속이지 않는다.
있는그대로, 드러난 그대로를 나타내 보일뿐인데
궂이 부정하고 싶은 마음일거다.

사진을 배울때 선생님은 사물이나 풍경을
많이 찍어야한다고 설명을 해도 우리들은
그저 자신이 찍히고 싶어 자꾸만 모델로나서기도하고
선생님몰래 서로 찍어주고
숙제를 내어주면 온통 사람만 찍어와서
선생님을 난처하게 만들기도 했었다.

배움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사람을 모델로
찍는다는게 제일 어렵다는걸 알았다.
특히, 어른들이다.아이들은 어떤 표정을 지어도
이쁘다,그냥 자연스럽게 노는모습도 작품이 되는데
특히 내 또래의 아줌마들이 제일 어렵다.

사진을 빼주면 대부분이 만족을 하지못한다.
그래서 찍을때마다 포즈도 잡아주고 다른사람 신경쓰지말고
최대한 표정을 맑게하라고 신신당부를 한다.
'찍힐때는 순간이지만 찍히고 나면 영원히 남는다'고 역설하면서.

이웃사람들이나 친구들을 찍을때면 같은 포즈를
서너캇트를 찍는다. 그 중에서 제일 나은걸 골라서
한장만 건네주면 친구들은 여러장을 찍어놓고
왜 달랑 한장만 주냐고 항의를 하지만
표정이 이상한건 줘봐야
십중팔구 찍어준사람 타박하기 마련이니까 안주고 없애버린다.

단체사진을 찍을때는 될수있으면 가장자리나
뒷쪽으로 서는게 얼굴이 작게 나온다.
상반신을 찍을때는
얼굴을 약간 옆으로 돌리면 윤곽도 또렷해보이고,
풍경을 배경으로 전신을 찍을때도
발을 45도 각도로 비스듬히 서서 몸만 앞으로
돌리면 훨씬 늘씬해 보인다.

우리 딸이 내 사진의 모델이 제일 많이 되어주었다.
아들놈은 한두번 찍히고는 엄마가 카메라만 들면
어디로 숨어버리고,애궃은 딸만 이리저리 세워놓고
찍어대면 처음에는 좋아하며 포즈를 취해주었지만
엄마의 극성스런 요구에 어느날인가부터는 "노~"다.

지금은 야외로 놀러갈때 카메라를 가지고 가도
사람은 잘 찍지 않는다.

지난번 남편과 안동하회마을과 경주불국사를 갔을때
카메라를 메고 가서 자연을 배경으로 꽤 많은 사진을 찍었다.
자꾸만 쳐지는 나에게 남편은 "사람은 찍지않고
풍경은 뭐하러 자꾸만 찍어대냐"며
심통을 부리길래
"당신도 서세요. 찍어드릴께요"
아들이 어릴때 탑의 이름을 몰라 탑앞에 꽂혀있는 팻말을 보고
'들어가지못함 탑'이라고
명명한 다보탑앞에서 추억삼아 찍자면서
남편에게 카메라를 들이댔다.

탑앞에서는 사람을 위주로하면 탑은 아예 잘리기때문에
훨씬 앞으로 나와서 탑을 비켜서면 탑도,사람도
다 잘나온다.
남편더러 앞으로 쑥 나오라고 말했다.
"마,그냥 찍어라,"며 꼼짝도 않는다.
대통령도 사진사앞에서는 시키는대로한다는데...

나중에 잘찍었네 못찍었네 말을 하기만 해봐라.
카메라 파인더로 쳐다보면서 속으로 혼자서
중얼거렸다.'모가지를 잘라버려,아님 팔을,허리를,
다리를..' 카메라를 올렸다 내렸다를 하다가
'에이 그래도 하늘같은 서방인데 다 살려주고
차라리 탑을 댕강 자르지 뭐.'

옛날에 남편이 외국에서 찍어온 사진이 생각난다.
외국에 못가본 마누라 보여줄라고
유명한 건물앞에서 많이 찍었는데 바로 코앞에서 찍으니
건물이나 탑도 넣어야하고 사람도 들어있어야하니
찍는 사람이 뒤로 물러날수밖에,
그러니, 전체적으로 사람도 코딱지만해지고 건물도
아스라이 멀어 뭐가 주제인지 구분이 안가는 사진이 되어
액자속에 한장도 넣어보지 못하고 그 많은 사진들은
봉투속에 얌전히 쳐박혀있다.

작년에 시골에 살면서
베란다에서 내려다본 풍경을 사계절을
지나면서 똑같은 장면을 봄,여름,가을,겨울로
찍어보았다.무심코 지나가면 아무런 변화도
느끼지 못하는데 사진으로 남겨놓으니
같은 배경인데도 풍기는 느낌이 전혀 달라
다른장소인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사진의
묘미를 느낄수있다.

작년겨울에 같은경남인데도 내가 있던 시골에만
유래없이 많은 눈이 내려 새앙쥐처럼
눈을 맞으며 카메라를 메고 사진을
찍으러 다녔던 기억이 새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