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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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팥죽


BY 수련 2005-05-19

'새알 빚는데 도와줄까?'
어머나 어쩐일이래.
여자가 하는일을 남자가 거들면
뭐가 떨어져 나간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늦게사 혼자 반죽을 하는 마누라가
서글퍼보였는지 소매를 걷어부치고
다가앉는다.

나는 해마다 팥죽을 쑨다.
쌀을 넣은 팥죽은 아이들은 좋아하지않아
단팥죽을 많이 끓이고
남편과 내가 먹을 전통팥죽은 조금만
끓이지만 새알은 두군데 다 넣어야하니
새알빚는게 시간이 좀 걸린다.

어릴때 엄마랑 식구들이 모여 새알빚는기억이
좋아서 꼭 아이들과 같이 둘러앉아
해마다 만들곤 했는데
올해는 큰애는 군대에 있고 작은애도
실습때문에 집에 내려오지못해서
끓일까 말까 망설이다가
'내 입은 입도 아니냐"며 퉁명스레 말하는
남편때문에 저녁먹고 늦게 시작했더니
밤10시가 넘어서 팥죽을 다 쑤었다.

남편과 둘이서
늦은시각에 알맞게 익은 동치미와
단팥죽도 먹고 밥알이 든 옛맛이 묻어나는
팥죽도 먹었다.그때 큰애에게서 전화가 왔다.
당연히 팥죽을 못먹었겠지만 괜스레 묻는다.
'팥죽 먹었니,내일 단팥죽 좀 부쳐줄까?'
'에이, 그걸 어떻게 부쳐요. 됐어요,먹은걸로 할께요'
애들 둘이 짠것처럼 큰애가 전화를 끊자마자
작은애가 전화를 했다.
'엄마, 팥죽쑤었어요?'
'그럼, 아빠가 새알을 빚어주셨단다'
'잌~ 어쩐일로 아빠가..우와, 내일 해가 서쪽에 뜨겠네'
나도 히힛거리며 남편을 돌아다 보니
'너거둘이 내 흉보는가베'하며
담배를 빼든다.

아이들도 해마다 새알 만들던 기억이 나는걸까.
잊고있다가 메스컴에서 '동지'라는 말을 들었나보다.

옛부터 내려오는 우리의 전통을 따라해볼려고
내 나름대로 노력해본다.
추석에는 귀찮지만 송편을 만들고
설에는 떡국도 끓이고 만두도 빚는다. 보름에는 부름도 사고
묵은 나물에 오곡밥도 해먹고..

디지털시대에 그래도 아날로그세대가 되어
차츰 잊혀져가는 고유의 옛풍습을
잊지않고 지켜가는것도
이다음에 우리들처럼 아이들도
아련한 향수를 간직하게 하는 좋은 추억거리가
되지 않을까싶다.

아침에 작은 박스두개를 준비하고
떨어져있는 아이들에게 크리스마스카드와
팥죽도 조금씩 담고 작은애한테는 반찬도 몇가지 챙겨서
과일,빵과 함께 엄마 마음도 담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