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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 아니면 까물어치기


BY 수련 2005-05-19

다가오는 2월부터 남편이 서울에 10개월동안
교육을 가게되었다.
아이들도 없는데 나혼자 두고갈리는 없고,
나도 잘 갔다오라고 손흔들 배짱이 없어
남편따라 이사를 가기로 했다.

서울에는 아파트전세도 워낙 비싸
엄두도 못내고 교육받을지역인 수색에서 가까운 일산 화정으로
가기로 결정했다.
인터넷으로 부동산 114를 검색해 본다.
집에 가만히 앉아서 위치,평형,아파트구조,방향,전세금액등을
며칠간 탐색한후 가까운 부동산 전화번호를 알아내어
계약하러 갈 날짜를 정하고 나니
새삼 편리한 인터넷의 위력을 실감했다.

아들이 있던 원룸도 이 참에 빼서 같이 합치면
될것같아 휘경동에도 들러 주인에게 말도하고
잠도 거기서 자야하고, 다음날 화정으로 가면 되겠다싶어
차를 몰고 가자고
남편에게 얘기하니 질색을 하며
복잡한 서울시내를 절대로 들어가지 못하겠단다.

정 차를 가지고 가고 싶으면 서울 입구에 세워놓고
지하철을 타고 가잔다.
참내,그렇게하느니 기차타고 가지.

그러나,나는 고집을 피웠다.
가기전에 서울갈때 차를 타고 다니는 친구에게 몇번이나
물어보고,한남대교를 지나 외대앞까지 가는길을
지도를 펴놓고 뚫어지도록 보고 또보고,머리속에
입력을 시키고는 출발했다.

서울입구에서 내가 운전하겠다고 큰소리를 쳤는데
막상 톨게이트를 지나니 차를 세울때가 없었다.
별수없이 남편이 운전을 하고 나는 열심히
지도를 보며 '한남대교'가 쓰인 표지판을 찾으며
지도를 다시 보는데
"어느쪽을 갈까" 남편의 다급한 소리에 고개를 들어보니
아뿔사! 갈림길에서 어느새 차는 김포라고 쓰인쪽으로
들어서고 말았다.운전하는사람이 안보고 뭐했을까.
서로탓을 할때가 아니었다.
한남대교를 지나야만 익힌 지도대로 갈수있는데,
'한남대교'라는 표시는 저쯤으로 멀어져가고...

이를 어쩌나,도대체 차선이 몇개인지 온통 차로 뒤덥힌
도로에서 정신이 하나도 없다.

"옆에서 뭐하고 앉았노,당신말듣고 차를 가지고온 내가
잘못이지.에이,그러니까 그냥 기차타고 오자했잖아,
여기서 어쩌라고,큰소리치더니 꼴 좋다. 그놈의 지도는
폼으로 봤냐......"
쉴새없이 퍼붓는 남편의
질책과 빈틈없이 꽉찬 도로위의 차를 쳐다보니
머리가 텅비어 갑자기 백치가 된 기분이었다.

한마디도 대꾸도 못하고 대역 죄인마냥 오금이 다 저려왔다.
뒤를 돌아다보니 한남대교는 점점 멀어져가고
우리는 어디로 밀려가는지 도무지 알수가 없었다.

고개를 들어 앞을 보니 '반포대교,시청'이라는 표지판이 나왔다.
정신을 차리고 지도를 다시 찬찬히 보니
반포대교를 지나 우회전을하면 한남대교쪽이
나올것 같아 남편더러 일차선으로 붙어라했더니
버럭 소리를 지른다.

"이사람아! 차선을 3개나 넘어야 되는데 바짝붙어서
오는 차들을 어찌 비집고 들어가냐."
"경남번호판이라 초행길인줄알고 양보해줄거예요."
"잘난 당신이 해봐"

운전을 하루이틀했냐.
어이구. 마음같아선 한대 쥐어 박고싶다.

갓길에 세울때만 있으면 당장 자리를 바꾸어 내가
운전하고 싶었다.그러나,가운데 끼여 빠져나갈틈이 없었다.
손을들어 양해를 구하며 겨우 일차선으로 들어섰다.

반포대교를 지나 한남대교쪽을 가니 남산 1호터널이 나왔고,
요금받는 아가씨에게 물어보았다.시키는대로
청계고가도로를 끝까지 내려가니 시립대 표지가 나오고,
좌회전을 하고 ,우회전을 하니
저만치 외대가 보였다.
그제사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당신이 고집피워서 차를 가져오자고
했으니 내일 화정갈때나, 집에 내려갈때까지 당신이 운전해"
저 사람이 내 남편이 맞나 싶을 만큼 퉁명스럽다.
화가 치밀어 속이 부글거렸지만 순순히
"알았어요."대답은 했지만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복잡한 서울시내를 거쳐 일산화정까지는 또 어찌 갈까
생각하니 밤잠도 설쳤다.
다음날,옆자리에 앉으려는 남편에게 뒷자리에 앉으라했다.
어쩌다가 내가 운전을 하게되면 옆에 앉아
어,어,소리를 내며 브레이크를
밟은 시늉을 하고,운전하는 나보다 더 용을 쓰는 바람에
신경이 쓰여 운전을 제대로 할수없기 때문이다.

"알았다.나는 신경쓰지 않을테니 알아서 가봐라,
얼매나 잘가는지 두고보자"
흥! 못할줄 알고.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 뭐.

휘경동을 벗어나서 신호에 걸려 섰을때
옆 차선에 있는 운전자에게 물어보니
일산 가는길을 친절하게 가르켜주었다.
길바닥에도 청량리-동대문-광화문-신촌- 마포대교가
계속 씌여져있어 쉽게 강북도로로 들어설수있었다.

무사히 화정에 도착하여 전세 계약을 하고,
다시 경부고속도로로 진입하여 안성을 지나 옥산 휴게소에서
남편에게 운전대를 넘겨주었다.

"복잡한 서울을 벗어났으니 이제 당신이 운전해요."
"어쭈, 우리 마누라 서울사람 다되었네."

정신만 차리면 서울이 아무리 복잡해도 얼마든지
목적지를 찾아갈수 있을것 같다.
일주일뒤에 또 올라가야하는데 미리 남편은 나에게 다짐을 한다.

"나는 아예 운전을 안할거니까 당신이 하거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