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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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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홀로 여행


BY 수련 2005-05-19

내 여권이 갱신할 날짜가 되었나보다.
남편것과 같은날인지 내일 출근할때 달란다.
한번도 사용해본적이 없는데,

설합 깊숙히 얌전히 놓여있는 여권을
펼쳐보니 벌써 두번이나 갱신을 했다.
이번에 하면 3번째이다.
그런데,내 여권은 너무 깨끗하다.
남편껀 뒷장 한장 남겨두고 너덜거리는채 온통 도장투성이다.

" 그냥 갱신 안할래요.한번도 써먹어보지도 않았는데
하면 뭘해요. 당신껏만 해요"
그래도 해야된단다.왜???

남편은 공무로 해외를 많이 다녀왔다.어떨땐 미안한지
여행목적이 아니니 부부동반으로 같이 가잘수는 없고,
이 담에 정년퇴직하면 그때 같이 가잔다.

지난번 친구들과 동남아여행경비가 저렴하니 2박3일만
갔다오면 안되냐고 했더니 여자들끼리 어딜가냐며
손톱도 들어가지 않는다.
그런데, 곁들이는 말이 더 얄밉다.
"동남아! 우리보다 못사는 나라에
가봐야 볼것없어." "그러면 ,유럽쪽을 갈까?"하고
일부러 떠보기위해 말을 던지면
"거기도 우리사는것 하고
똑같애.오히려 우리나라 강산이 훨씬 더 멋있고 좋은데
뭐하러 멀리 가냐"
애국자가 따로 없다.

그러니.여권을 갱신하면 뭐해.
남에게 불평을 늘어놓으면 이담에 남편과 같이
가면 좋지 뭘그러냐 한다.

모르는 말이다.
휴가때 둘이서 가까운곳으로 떠나면 가다가
꼭 싸운다.어디로 가면 좋겠냐며 나에게 목적지를 물어놓고는
막상 길을 떠나면 '왜 이리 머냐....별로 좋지도 않구먼.....'
계속 투덜거리는 통에 다음부터는 남편이 가자는대로
가야지 하면서 길을 떠날때면 마누라 의견을
굉장히 존중하는 남편처럼 또 나한테 '어딜갈까'하고
묻는다. 그러면 나는 지난번 결심은 잊어버리고
지도를 보고 행선지를 정하고, 가다가 또 싸우고.....

이번에 결혼25주년을 기념해서 가고싶었던 안동하회마을과
경주불국사를 다녀왔다.
어쩐일인지 아무말않고 간다 싶더니 아니나 다를까
안동하회마을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춥다며
"옛날 기와집을 처음보냐.들어갈 필요없으니 여기서
그냥 쭉 둘러봐라" 나는 들은척도 않고
고집스레 카메라를 메고 구석구석을 다니면서
사진도 찍고 집안도 구경했다.

다음 행선지인 경주로 떠나면서
"불국사에 가봐야 볼게있나.옛날이나 마찬가질텐데..."
"그럼 뭐하러 가는데,그냥 집으로 가요"
"또 삐졌냐,말이 그렇다는거지, 가,가자"
여행의 목적이 뭔지 남편과 다니다보면 혼돈스럽다.

돌아오는 길에 그림소재로 좋겠다싶어
사진찍게 차좀 세워달랬더니
몇번이나 그냥 지나치길래 한번만 더 그냥가면
다음에는 절대 따라나서지 않는다고 했더니 마지못해
내가 찍을 곳보다 한참이나 더 지나서 차를 세운다.

괘씸하지만 어쩌나.운전대는 남편이 잡고 있으니,
내려서 다시 되돌아 뛰어가서
찍어 오곤 했다.

이십수년을 살면서 길을 떠날때마다 티격거린것 같다.
그러면서도 서로가 동반자가 되어 살아가는 삶이지만
가끔씩 혼자 여행을 떠나보고싶은 바램이 간절할때가 있다.

동행이 좋을때도 있겠지만
길때문에,먹는것 때문에 옥신각신하지않고
그냥 내가 가고싶은곳, 보고싶은곳,머무르고 싶은곳을
내 의지따라 움직이고 싶어 나홀로 여행을 가보면
얼마나 좋을까.그러나,어디까지나 희망사항일뿐.

현재의 내 삶에 절대불가능하기때문에 더 간절함이
묻어나는게 아닐까.
나는 여행가인 한 비아를 참 많이 부러워하면서
한 비아가 쓴 여행기를 죄다 다 읽어보았다.
현실감나게 책속으로 여행을 떠나게 만드는 책들이었다.
남이 쓴 여행기를 보면서
대리만족이나 하는게 어쩌면 나에게는 마춤일지도 모르겠다.
현재의 삶에 걸림돌이 되는
헛된꿈은 애시당초 꾸지 않는게 신상에도 좋을것 같기도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