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에 딸아이와 상암경기장에서 열리는 '평화 콘서트'를 보고 왔다.언제 표를 예매했는지 기특키도 하다. 지난번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장영주의 협연이 있을때도 느닷없이 표를 내밀며 가자더니...가끔씩 서울에 올라올때마다 딸아이와 대학로 소극장에서 연극도 보곤했는데 고양으로 이사를 오니 여기서 사는동안 보고싶은것 다 보고 가시라며 나 몰래 표를 예매를 하는 딸아이. "아르바이트해서 번 돈이 엄마밑에 다 들어가겠네"했더니 "저를 이 만큼 키워주셨잖아요." 하며 활짝 웃는 아이가 이쁘다. 많은 인파가 모였다.인어아가씨의 장서희와 남자아나운서가 (이름이 생각이 안난다)사회를 보는데 장서희를 직접보니 얼굴이 진짜 쬐끄맣다. 진행도 잘하고 목이 파진 드레스가 잘 어울리니 역시 만능탤런트다. 첫 순서로 대통령 취임식때 애국가를 불렀다던 17살 소년, 팝페라가수 임형주가 나왔는데 애국가를 부르는데 목소리가 참 맑고 곱다.다음순서로 월드컵송 ♬오~ 필승 코리아!와, 아리랑을 불러 더 친밀감을 느끼게 했던 윤도현 밴드가 나오자 갑자기 옆에 앉아있던 딸아이는 벌떡 일어선다. "어머 애가 왜 이러니? 앉아라"며 옷자락을 잡아 당기니 아랑곳도 않고 부끄러움도 없이 손을 흔들며 괴성을 지른다. 군데군데 아이들이 일어나서 팔을 들어올리며 장단을 맞추는데 내 한쪽 옆자리의 총각도,처녀도 일어선다.나는 중간에 어정쩡하게 끼여 앉은자리에서 그나마 손뼉이라도 쳐본다. 세곡의 노래가 끝나자 일부러 짠것처럼 안정환의 골인장면이 대형화면에 나오고 그와 동시에 누구랄것도 없이 관중 모두다 일어나 환호를 지르면서 월드컵송을 합창했다. 일본을 이기는 감격을 못이겨 무대에서 내려와 라운드를 뛰어다니며 필승코리아를 외치는 윤도현과 함께 월드컵 박수를 치며 노래를 부르니 작년 이맘때를 연상케했다. 지방에서 텔레비젼으로만 거리응원하는걸 보고, 상암경기장을 보다가 직접 와서 그 자리에 앉아 있으니 괜히 뿌듯해진다. 월드컵때 거리에 워낙 인파가 많아 혹시나 딸아이에게 무슨 일이 날까봐 전화를 했더니 상암경기장에서 응원을 한다기에 표를 어떻게 구했느냐며 의아해 했었다. 경기장안이 아니고 경기장 밖 담벼락에서 대형 멀티비젼을 본다 고해서 웃었던 기억이 난다. 뒤이어 이탈리아출신 팝페라 테너인 사피나는 '오 솔레미오'를 부르는데 목소리도 환상적이지만 인물도 영화배우처럼 너무 잘생겼다. 망원경으로 사피나의 얼굴에 촛점을 맞추니 옆에서 딸애가 쿡쿡찌르며 얼굴만 보지말고 노래를 들으라며 눈총을 준다.물론 귀로는 듣지. 영국축구선수인 베컴을 닮은것 같기도 하고 내가 흠모하는 리처드기어를 닮은것 같기도 하다. 다음은 조수미의 차례다. 신이 내려준 목소리라더니 과연 그런것 같다.저 아담한 체구에 어디서 그런 목소리가 나오는지 궁금하다. 나는 노래속으로 빨려들어간다. 관중들도 조금전의 윤도현과 손뼉을 치며 어울리던 그 열광의 한 마당은 어디로 갔는지 어느새 조수미와 한 몸이 되어 숙연한 자세로 노래를 감상하였다. 주홍색 드레스와 황금빛 날개가 달린 드레스를 번갈아 입고 나왔는데 앙드레김의 작품인지 라운드 객석 앞자리에 외국인과 나란히 앉아 있는 앙드레김을 카메라가 대형 화면으로 끌어내어 보여줬다. 공연은 끝낫지만 조수미의 열정적인 모습과 노래소리를 가슴속에 담고 인파속으로 걸어나오면서 딸아이와 손을 잡고 밤하늘을 올려다보니 별도 함께 따라 나왔다. 공연관람이 마음을 얼마나 풍요롭게 만드는지 모르겠다. "엄마! 제 덕에 문화생활 많이 하죠?" "그래. 맞다 딸이 있어서 참 좋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