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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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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사랑하기


BY 수련 2005-05-10

 

온라인으로 대학 영어를 수강하는 중인데 힘에 부친다.

옛날 제국주의 시대의 영어 발음도 문제 이지만

세월따라 영어도 어려워 졌는지

아는 단어보다 모르는 단어가 더 많아진것 같다.

단어들의 발음기호나 뜻을 찾아볼려니 사전을 펼쳐야하는데

글씨가 깨알 같아서 도무지 보이지를 않아 돋보기를 찾아 끼었다.

아직은 책을 읽을때 돋보기를 끼지 않을려고 오기를 부렸는데. 작년 까지만 해도

남편도 자존심이 상하는지 작은 글씨가 안 보이면 나더러

대신 돋보기를 끼고  읽어 달라고 하더니 이제는 아예 당신이

직접 끼고 리포트를 작성하는걸 보니 세월을 어찌 이기랴 싶다.

안경을 코에 걸친 남편을 보니 잘난 당신도 별수없이 세월앞에

손을 드는구나 고소해 했는데 이제는 나도 어쩔수가 없나보다.

돋보기를 끼고 영어사전을 들추다가 무심코 고개를 들어

거울을 보니 영락없이 노인의 모습이다.

웃음보다 서글픔이 먼저 밀려온다. 영어? 지금의 나한테 꼭 필요할까?

나에게 영어로 말을 건넬 사람도 없거니와 설사 묻는다 한들

"모르쇠"로 고개를 저으면 되고 여행가면 가이더가 통역을 해줄건데

구태어 영어를 유창하게 하지 않아도 현재의 삶에 불편한 게 없다.

그렇다면 왜 사서 고생일까. 도전 정신이 강한(?) 내 성격에

한 살이라도 덜 먹었을때 해보자 싶었다. 그러나, 첫 강의부터 맥이 빠진다.

혀가 굳어 제대로 읽혀지지도 않아 계속 반복해서

읽는 수 밖에 없다고 나름대로 생각하고 앉으나 서나 중얼거린다.

며칠이 지나자 차츰 굳었던 혀가 풀리기 시작하는지

읽기가 훨씬 나아진다. 열번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가 어디있으랴,

 처음에는 어슬픈 내 영어 발음에 가족들은 내 눈치를 살피며

킥킥거리면서 웃음을 삼키더니 며칠이 지나자

"어?.. 듣기가 쬐끔 나아지네..ㅋㅋㅋ" 

''''''''''''''''그래 마음만 먹으면 할수 있어'''''''''''''''' 가족들은 내가 저러다가

 두 손 들거라고 생각했는지 힘들면 언제라도 그만 두라고 했다.

그러나, 좋아하는 테레비 연속극도 마다하고 영어 책을 보며 서서

계속 중얼거리니 흘끔거리며 보는 눈초리들이 달라진다.

속으로 ''''''''''''''''흥~ 나도 한다면 해.우습게 보지말라고..''''''''''''''''

꾸준히 노력하면 다른사람들의 속도에 발을 맞추지는 못하지만

거북이 걸음으로도 고지에 도달할 수 있을것이다.

나는 나를 사랑한다.

지난주에 남편친구들 부부모임에서 "나이 오십에 학위딴다고

공부하는 놈은 미친놈이다" 라는 말을 어느 친구가 무심코

내 뱉았지만  꼭 나 들으라고 하는 말 같애서 가슴이 뜨끔했었다.

그때 나의 일침~ " 완전한 삶이 있나요?  인생이란 끝없이

도전하고 배우면서 항해 하는게 아닐까요"

남들이 볼때 늦은 나이에 무슨 미친짓이냐고 내심 비아냥

거릴지 모르지만 나는 욕심 부리지 않고 내가 가진 능력만큼만

알맞은 속도로 걸어 갈 것이다. 오늘 알지 못한다 해서,

또 뒤 쳐진다 해서 주눅 들지도 않을 것이다.짧은 시간에 많은것을

바라지는 않는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요하겠지만 해서 안될 일이 어디있으랴.

현재의 나는 자식들도 다 키웠겠다 안정 된 생활속에

안주하며 남은 生을 즐길 수 있다.

누가 공부하라고 등을 떠다 민것 아닌데 궂이 공부할려는

나는 무엇을 얻고자 함인가.

솔직히 이 나이에 사회진출을 하여 저명인사가 될것도 아니다.

그러나, 실날같은 희망을 가진다면 배움에 도전하는 핑게꺼리가

 되지 않을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누누히

 내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지 않았던가.

도전할 수 있는 마음을 가진것만도 이미 성공의 절반은

따 놓은것이라고 믿는다. 중요한 건 내가 확실한 목표를 가지고

내 자신과의 싸움에 이기는 것이다.그럴려면 나를 미치도록

사랑하지 않으면 안될것이다. 이 나이에 빠지기 쉬운 잡념들을

 떨쳐버리고  더위도 아랑곳 않고 공부에 빠져들려면 내 자신을

누구보다 사랑하고 아껴야 할것이다.

타인의 손에 맡겨진 마스터키를 건네 받아 자아의 나침판을

 따라 날개를 활짝 펼치고 미래의 나를 찾아 날아 가련다.

 

오늘도... 나는 계속 궁시렁거리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