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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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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작한 생리


BY 수련 2005-05-03

선배들이나 이웃의 연배 아줌마들, 몇 몇 친구들이 생리가
왔다 갔다 하다가  '올 스톱'하여 약이나 호르몬주사를 맞으러
병원에 다닌다는 말을 들었을 때 나는 그 때 아직 생리가 있어서
우쭐해 하며 '여자에서 할머니로 접어드네여'놀렸다.
갱년기의 증세가 사람마다 다 다르게 나타나는 현상을 들으며
나는 뭐 아직은.... 콧방귀를 뀌었었다.
생리가 시작한 16살부터 25일 주기를 어겨본 일이 없어 정확하게 나오는
생리에 스스로 건강체라고 자만하기도 했다.

거기다가 편리한 일회용 생리패드가 나와도 나는 거즈 생리대를
꾸준히 사용하였다. 뭐 그렇다고 환경운동가는 아니다.
남들처럼 편하고 싶어  나도 사용을 해 보았더니
화장실에 갈 때마다 새로 교체해야하는 번거로움과
생리가 진행중인 삼일동안 수도없이 너무 사용하여 그 낭비가 만만찮았다.
밤에는 잠자리도 불편하여 다시 천 생리대를 바꾸었다.

이야기를 하다보니 생리대의 에피소드가 떠오른다.
딸아이가 생리가 시작되었는데
당연히 신세대인 딸애는 일회용패드를 사용하였고 슈퍼에 가면
하나씩 사다주었는데 내가 패드를 쓰지않으니  한 두개씩 사다보니
다음 생리가 시작할때는 패드가 똑 떨어질 때가 있다.
한번은 아침에 일어나 화장실에 간 딸애가 "엄마야"하고
소리를 질렀다. 생리대가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나도 옴마야다. 어쩌지 ...
내 천생리대를 빌려줄수도 없고, 거즈손수건을  접어주니
울상을 지으며 못하겠단다.
당시 딸애는 중 3이라 새벽6시에 일어나 7시까지 학교를 간다.
그 새벽에 수퍼에 문도 열지 않았는데 어디가서 생리대를 산담.

미안함을 무릅쓰고 친구집에 전화를 했다.
"야. 생리대 좀 빌려주라."
뜬금없는 내 전화에 황당한 친구는 새벽에 차를 타고 우리집에
생리패드를 갔다주는 촌극을 빚기도 했다.
그 후로 생리대를 넉넉하게 사놓는 계기가 되기도 했지만.


다른사람들은 일회용패드를 사용하니 세탁 할 번거로움이 없지만
나는 식구들 몰래 밤중에 얼른 씻어서 삶아야하는 귀찮음에도
내 몸에서 생리가 끝날때까지 천 생리대와 함께 했다.
그러니 생리가 어서 떨어져나갔으면 하였고, 게다가 생리첫날은 허리가
너무 아파 입 까다로운 남편마저 생리가 시작되는 날은 아예 저녁밥 얻어먹을
생각을 않고 밖에서 먹고 들어온다.

 

2년 전부터
그렇게 귀찮아하던 생리가 양이 줄어들고 주기가 일정치 않고
한 달씩 건너뛰기도 하더니 작년 년 말부터 완전히 끊겨버렸다.
친구들은 갱년기가 오면 힘들다고 호르몬제를 먹으라고 닦달을 하였지만
들은척도 않았다. 실제로 친구는 수시로 열이 나서 겨울에도 선풍기를 틀고
밤에는 더 심해 잠을 설치기가 일쑤였다. 그러니 얼굴이 까칠해지고 만사에 의욕을
잃어 우울증이 오는 것 같아 병원을 들락거리는걸 보고 의지가 약하다고 삐죽거렸다.

‘흥, 갱년기? 그건 스스로 만들어 내는 거야. 나에게 갱년기는 없어.’
생각하기 나름이 아닐까. 나는 오히려 씩씩하게 생리가
내 몸에서 사라짐을 후련해 했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밤에 남편이 찝쩍거리는 것이 귀찮아지고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피했더니 괜히 의심을 하며 짜증을 낸다.
“생리가 없어지면서  이제 여자로서는 매력도 없고, 도저히 성욕도
일지 않는걸 어떡해요. 그러니 한달에 한 번만 할 거예요“
“뭐? 누구맘대로 나는 우짜라꼬. 당신 그라모 내가 바람피워도 암말 말거래이”
그렇다고 정력도 세지도 않으면서 남자의 기능이 쇠퇴해 질까봐
확인을 하는 건지 주기적으로  마누라를 못살게 한다.
거기다가 내가 여자의 命을 다했다는 말이
어지간히 귀에 거슬렸는지 한번만 더 그 딴 소리하면 가만 안 둔단다.
어찌 들으면 마누라가 아직은 여자로서의 기능이 남아있기를 바라는 것 같기도 하고
또 다른 한 편으로 생각해보면
덩달아 당신도 생리가 끊긴 마누라 때문에
늙은이가 되어가는 것 같은 낭패감이 배어있는 듯 하다.

 

어찌 되었거나 생리가 없어진 나는 편했다.
갱년기를 의식하지도 않았고 하는 잡다한 일들이 많아
평상시와 같이 지내는데 언젠가부터 자다가 잠이 한번 깨면
도무지 잠을 이룰 수가 없다. 거꾸로 누웠다가 바로 누웠다가
침대위에서 헤엄을 아무리 쳐대도 잠은 오지 않는 것이다.
내 별명이 ‘잠꾸러기’다. 베게에 머리만 닿으면 아침까지 송장이 되었는데
잠을 계속 설쳐 눈이 충혈 되어 벌겋고  낮에도 비몽사몽에
머리가 지끈거려 진통제를 자주 먹게 되었다.

 

친구에게 증세를 말하니 옳다구나 하며 싸늘하게 말한다.
“그게 바로 갱년기의 시초여, 너도 이제는 완전갱년기에 접어 들었어~”
묘한 뉘앙스를 풍기는 친구의 말투에 기가 팍 꺾어 버렸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이래.
지난  달부터 생리가 다시 시작 되었다.
다 없애버렸던 생리대를 다시 만들기위해 어깨선이 헤어진 남편의 런닝 세 개를
찾아내 위쪽을 잘라내고 시침질을 하여
세 개 정도만 만들어 임시방편으로 사용했다.(해보니 거즈보다 훨씬 더 부드럽다)
한번 나오다가 말겠지 했는데.....
이틀 전부터 두 번째 생리가 시작되었다. 25일 만에.
멀쩡한 남편의 런닝 하나를 싹둑 잘랐다.
지난 달 생리가 있다고 황당해 하던 나에게 외식을 시켜주면서
다시 여자가 되었음을 축하한다고 우스개 소리를 하는 남편에게 눈을 흘겼는데....

 

사실 생리가 다시 시작 된 절대적인 이유가 있다.
거제에 오고 나서 테레비에 방영되는 숯의 효능을 보고 숯 가마 찜질 방을
일주일에 두 번씩 갔다. 컴퓨터모니터를 오래 보고나면 눈이 침침해지고
돋보기가 없으면 책을 오래 보기가 피곤해졌는데 숯가마에 다니고부터는
눈이 맑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아직도 독수리타법의 실력으로
6과목의 리폿을 해내고 나면 어깨가 내려앉을 듯이 아파
자연스레 어깨에 손이 올라가 항상 주무르는 습관이 생겼다.
숯 찜질 방을 다니고부터 거짓말처럼 어깨가 아프지 않음을 알았다.

숯가마에 다닌 지 한 달, 그러니까 7번 정도 다닌 후에
생리가 다시 시작된 것이다. 숯가마 주인의 말에 의하면 우리 몸의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만들어주고 생리 흐름을 바로 잡아주었기 때문이란다.
테레비에서의 여러 가지 실험을 통해서 보여주는 효과를 보니 그럴 만 하겠다.
갑갑증이 나서 찜질방을 싫어했던 내가 내 몸의 변화에 숯가마찜질방의 애호가가
되었다. 일반 한증탕과 달리 땀이 흥건하게 흐를 만큼 앉아있어도 답답하게
느껴지지 않아 목욕탕 가는 발길을 이제는 숯가마로 향한다.
지난 일요일 텃밭에 무진장하게  자란 풀을 많이 뽑았더니
온 몸이 뻐근하다.

 

오후에는 숯가마에나 가볼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