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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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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선의 삶


BY 수련 2005-03-30

어떤 주부의 글이 댓글이 많이 붙어있고, 조회수가 높아 호기심으로

나 또한 열었다.

60이 넘은 어떤 주부의 글인데 남편이 본 부인인 자신말고 또 다른 여자를

만나고 아예 공공연하게 다 드러내고 사는 삶의 이야기였다.

궁금증은 전 단계의 글들을 하나씩 클릭을 해가며 읽어보게 했고,

클릭횟수가 늘어 나면서

대충 그 집안의 내력과 전후 사정을 다 알수 있었다.

4년전 남편의 오래된 바람을 알게 되었고,

두 집을 오가는 남편의 뻔뻔함을 인정을 하면서도 끝없이 비난을 하고있었다.

 

두 아들이 있으며 큰 아들은 아버지의 바람을 용납할수 없어

결혼과 동시에 미국으로 이민을 갔고, 작은 아들은 부모의 결혼생활에

회의를 느껴 여자친구가 있지만 결혼을 회피하여 혼자

오피스텔을 얻어 따로 나가 살고 있다.

 

그 남편의 집안의 내력이 우습다. 시아버지가 시앗을 보았고,

시 할아버지가 또 작은댁이 있어 제삿상에 밥이 세 그릇이 오른다고 한다.

 

시댁 식구들이 오히려 당연하게 남편의 여자를 인정을 하여 이 주부는 속상하지만

어느새 자신도 그 여자와 같이 세 사람의 공유 된 삶을 살고있는것이다.

 

과연 그런 삶이 가능할까. 어떤이는 댓글에서 '대학까지 나온 분이 어떻게

그런 삶을 살수있냐'고 따지는것이 오히려 민망할 정도이다.

 

어떻게 보면 모든걸 체념하고 젊은 시절 남편에게 당한 곤욕을

현재의 남편을 구박하면서 즐기는것 같기도 하다.

 

책속에서나 드라마에서나 있을법한 당황스런 이야기가 실재한다는것이

곤혹스럽기까지 하다.

 

그러나 그 누구도 이 주부의 삶을 가타부타 할 수없다.

나름대로의 삶의 방식이니까.

말대로 미운정때문에 사는건지도, 아니면 자식의 아버지이기때문인지도,

남편으로서는 인정이 안되지만 오랜세월의 동거인으로서의 연민일지도.

 

사이버상에서의 고백은 어쩌면 고해성사같은 묘미가 있어 숨겨놓고 끙끙대지않고

시원하게 소리질러 남편의 험담을 마음껏 해대며 답답하게 쌓인

응어리를 풀어내는 돌파구의 역할을 한다.

 

철저하게 숨겨진 채 마음껏 털어놓는 속엣말이 번개모임에서

자신이 드러나면서 슬슬 커텐의 주름을 조금씩 펴서 가리게 된다.

 

그러면 다시 눈만 내 놓고 꽁꽁 숨을 방을 찾아 가게 된다.

언젠가 이 주부도 허심탄회하게 털어내는 이야기도 꼬리를 감출날이

있을 것이다.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이니까.

 

만에 하나 자신의 글을 읽는 사람중에 아는이가 있을수도 있으니까.

오래 그 사이트에서 계속하여 글을 올리다보면 지역명이나 동네가 거론되기도

하다보면 짐작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기 마련이다.

 

실제로 어느 주부는 아무도 모르는 아이디로 어느 사이트에서 글을 계속

올렸는데 딸이 보고는 엄마인줄 알아채고 엄마를 위로하는

댓글이 올라오는것 도 보았다.

그 후로 엄마는 그 사이트에서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딸에게까지 감추고 싶은 속내를 들킨 부끄러움때문이리라.

 

두어 시간동안 이 주부의 글을 읽으면서 현대인의 삶이라고는

어쩐지 믿어지지않아 흥미위주의 허구가 아닐까하는 의구심도 들었지만

진실일 수도 있다고 두어시간의 공백을 정당화 시켜본다.

 

어느 집안인들 속을 깊이 들여다 보면 한 두가지씩은 남에게

말 못할 사정이 있기 마련이다. 나도 마찬가지아닌가. 차마 꺼집어 내지 못하는

속앓이를 하지만 나도 꽁꽁 숨은 방을 찾아들어 다 꺼집어내어

훨훨 털고 빈 마음으로 살아가고 싶다.

 

결국 우리는 위선의 허울을 쓴 삶의 여정을 힘겹게 짊어지고 살아가는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