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에서 (1)
잔디를 심었다
잔디가 땅에 뿌리를 내리기 전에
쑥이란 놈이 먼저 쑥쑥 자란다
한 끼 국에 욕심내는 아낙네가
과도 들이밀며 소쿠리에 담는데
두 끼 세 끼 국을 게워내고 싶을 만큼
쑥이 자꾸만 자꾸만 솟구친다
호미로 땅을 판다
질기고 질긴 쑥 뿌리 목숨은
줄줄이 호미 끝에 달려나오는데
쑥 때문에 잔디마저 죽이겠다
살기 띤 호미는 사정없이 땅을 파는데
발 밑이 꿈틀거린다
느닷없는 개구리 한 마리
가슴을 서늘하게 만들고 발끝에
납작하게 엎드려 꿈쩍도 않는다 다쳤는가
손에 들린 호미를 맥없이 놓아버리고
손가락으로 개구리를 건드리니
뒷다리를 박차고 폴짝 달아난다
쑥도 잔디도 다 부질없어라
마음을 잃은 나는 석양에 물들고
올챙이 가득 담은 배를 내밀고
붉은 황혼에 몸을 담근다
뒷 산 자락에 텃밭이 있다. 3,4월, 두 달동안 남편은 신이나서
주말마다 나무를 심고, 나는 푸성귀씨앗을 뿌리는데
아무래도 도시촌놈이라 서글퍼다. 채소 밭의 공간을 줄이기위해
잔디를 심었는데 그 사이사이에 쑥이 처음에는 하나,둘씩 새초롬히 돋아나는것이
국 끓여먹기좋을 만큼이더니 비가 오고 난 뒤부터는 기하급수적으로
솟아나는데 감당을 못하겠다. 이제는 쑥이 나를 비웃고, 나는 쑥을 저주하고...
뿌리가 졸졸졸 손끝에 딸려 나오면 그게 재미있어서 무지 신나 했었습니다....지금도 운동장 가운데 잔디밭을 보면 그때 친구들의 웃음이 잔디 끝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듯 합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어찌된 연유인지 잔디보다 쑥이 더 많습니다.
쑤ㅡ욱 올라 온다고 쑥이랬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