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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에서 (1)


BY 수련 2004-05-01

밭에서 (1) 
            
        

잔디를 심었다

 

잔디가 땅에 뿌리를 내리기 전에
쑥이란 놈이 먼저 쑥쑥 자란다
한 끼 국에 욕심내는 아낙네가
과도 들이밀며 소쿠리에 담는데
두 끼 세 끼 국을 게워내고 싶을 만큼
쑥이 자꾸만 자꾸만 솟구친다

 

호미로 땅을 판다
질기고 질긴 쑥 뿌리 목숨은
줄줄이 호미 끝에 달려나오는데
쑥 때문에 잔디마저 죽이겠다
살기 띤 호미는 사정없이 땅을 파는데
발 밑이 꿈틀거린다

 

느닷없는 개구리 한 마리
가슴을 서늘하게 만들고 발끝에
납작하게 엎드려 꿈쩍도 않는다 다쳤는가
손에 들린 호미를 맥없이 놓아버리고
손가락으로 개구리를 건드리니
뒷다리를 박차고 폴짝 달아난다

 

쑥도 잔디도 다 부질없어라
마음을 잃은 나는 석양에 물들고
올챙이 가득 담은 배를 내밀고
붉은 황혼에 몸을 담근다

 

 

 

뒷 산 자락에  텃밭이 있다. 3,4월, 두 달동안  남편은 신이나서

주말마다 나무를 심고, 나는 푸성귀씨앗을 뿌리는데

아무래도 도시촌놈이라 서글퍼다. 채소 밭의 공간을 줄이기위해

잔디를 심었는데 그 사이사이에 쑥이 처음에는 하나,둘씩 새초롬히 돋아나는것이

국 끓여먹기좋을 만큼이더니 비가 오고 난 뒤부터는 기하급수적으로

솟아나는데 감당을 못하겠다. 이제는 쑥이 나를 비웃고, 나는 쑥을 저주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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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밥푸는여자 2004-05-01
    제가 그 곁에 있습니다 쑥도 캐고 화들짝 놀라 튀어나온 개구리도 보고요 얼마전 쑥을 캐다 국을 끓여 먹었는데 다음 주일 또 캐러 가야겠네요..감당치 못할 양이면 그냥 저절로 크게 두세요..저주 하시면서 괜히 마음과 입술이 곱지 않을까 염려가 되네요^^
  • 동해바다 2004-05-01
    봄이 되니 너도나도 텃밭가꾸며 글 올리시는 우리방 식구들을 사랑합니다..한마음 ..모두가 한마음이네요 잔디사이로 올라오는 쑥들은 뽑아줘야 하는데...그 뿌리가 장난이 아니거든요..잔디도 사서 심었을텐데 ...
  • 아침이슬 2004-05-01
    학교 운동장 잔디밭에서 토끼풀과 쑥 뜯던 생각이 납니다..
    뿌리가 졸졸졸 손끝에 딸려 나오면 그게 재미있어서 무지 신나 했었습니다....지금도 운동장 가운데 잔디밭을 보면 그때 친구들의 웃음이 잔디 끝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듯 합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 캐슬 2004-05-01
    가족묘지를 만들었습니다.
    어찌된 연유인지 잔디보다 쑥이 더 많습니다.
    쑤ㅡ욱 올라 온다고 쑥이랬나요?.
  • 손풍금 2004-05-02
    쑥을 저주하다니..얼마나 미우면..ㅎㅎㅎㅎ, 아이고, 그놈의 쑤욱을 쑥!뽑아서 ... 장거리로 가지고 오면 내가 다 팔수 있는데..^^ 그럴수도 있겠네요. 어릴적엔 뚝방으로 가서 한바구니 가득 채운 쑥을 뜯어 들고와 엄마앞에 자랑스럽게 쑤욱 내놓고는 했는데.. 미운쑥이 되고 말았네요. 그런데 나는 자꾸만 웃음이 실실 나오네..쑤욱..때문에
  • 꿈꾸는 바다 2004-05-02
    ㅋㅋ 개구리 때문에 놀란 님을 생각하니 .... 제가 새댁이었을때 시골 대청에 시아버님이랑 앉아 이런 이야기 저런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팔 위가 서늘해지는 거지 뭐야요 팔을 쳐다봤더니 연두색 청개구리 한마리가~~ 제가 어떻케나 고함을 질렀던지 우리 시아버님이 더 놀라셔서~~ 청개구리는 아무렇지도 않게 폴짝폴짝 뛰어가더구만요 쑥 때문에 고민인 님 어떡해야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