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맹견사육허가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1,810

다 늦은 나이에 왜?


BY 수련 2004-03-20

사이버대학 문예창작학과에 입학한지 어느새 일년이 지나간다.
그때의 설레던 마음이 새삼스럽다.


컴퓨터를 배우면서 아줌마닷컴에 들어와서 이곳 저곳 방에서 여러 주부들의 글을 읽으면서
많은 공감을 했고, 동병상련의 심정으로 나 또한 통상적인 이야기들을 풀어내는 재미에 그 해 일년을 시간가는 줄 모르고 보냈었다.

점점 내 일상의 파편들이  쌓여지면서 나 자신의 글이 얼마나 궁핍해지는가를 느끼게 되었다. 글의 짜임,  구성,  전개 등이 엉성한 것이 눈에 드러나면서 어느 날 더 이상 글이 쓰여지지가 않았다.  좀 더 체계적인 문학을 공부하고 싶다는 갈증이 생기기 시작했지만 막연하여 그럭 저럭 구태의연하게 지내다가 2년 후,그러니까 작년초에 우연히 신문의 한 면을 장식한 사이버대학에 대한 기사가 크게 부각되어 나를 사로잡았다.


오프라인이 아니라 온라인이어서 시간에 구애를 받지 않으면서 시간활용을 잘하면 

살림을 살면서 얼마든지 공부할 수 있다는 점이
문학에의 고취된 갈증을 덜어 줄 수 있는 점이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그렇다고 다 늦은 나이에 시인이나 소설가, 또, 수필가로 등단하고자 하는 지나친 욕심은
언감생심이다. 그러나 1%의 가능성에  실 날 같은 희망을 가진다면
배움에 도전하는 핑게거리가 되지 않을까. 내 인생의 중반에, 아니 후반이라고도 할 수 있는 늦은 나이이지만 활 시위를 당기고 싶었다.

 온라인 대학을 다니고자 확고한 결심을 가졌을 때 갈등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현 싯점의 나는 현재의 삶에서 안주하며 남은 生을 즐길 수 있다.  큰 아이는 대학에 이미 졸업하여 장교로 복무중이었고, 작은아이는 대학 졸업반이 되는데 수년동안 수입의 거의 절반 가까이 아이들의 학비, 생활비를 대느라 궁상맞게 절약하며 살았는데....   경제적으로도 이제 그 고비가 지나갈려는 문턱을 다시 뒷걸음질을 한다는 것은 누가 봐도 손가락질을 할 만하다. 말이 온라인 사이버대학이지 등록금이 국립대학보다 더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여유를 외적인 치장보다 내면의 가치를 쌓아가고 싶었다.

가족들에게 먼저 나의 외도(?)를 선포했다.
모두들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나에게 재차 확인을 했다. 그냥 지나가는 말이겠거니 싶었는데
일방적인 통보 조의 말과 단호한 결심이 엿보였는지 아이들은 의뭉스럽게 고개를 끄떡였고, 남편은 짐짓 모르는 채 아무런 대꾸도 안 했지만 속으로 '작심삼일이겠지' 하는 심드렁한 표정이 역력했다. 

 

 작년에  남편이 서울에서 일년 간 교육을 받게 되어  경상도에서 서울로 이사를 가는 바람에 입학식에도 참석 할 수가 있었다.
 마침 우리 집에 다니러 왔던 언니와 딸아이와 함께 입학식에 왔는데
딸아이는 내가 입학식에 가는 줄은 알고 있었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언니는
낯 선 대학 입학식에 참석을 하니 " 누가 또 대학에 입학을 하노?"
엄마가 대학에 입학한다는 딸아이의 말을 들은 언니는 눈이 동그레지며

나를 쳐다보더니 펄쩍뛰면서 손사래를 쳤다.

한 해만 지나면 작은 아이까지 대학을 마치게 되어
고생이 끝나는데 뭐 하러 사서 고생길을 가느냐며 막무가내 내 손을 잡아끌었다.
겨우 언니를 달래어 딸아이 혼자 이모를 서울역까지 바래 다 주는 촌극을 빚었다.

  입학식이 끝 난 후 문예 창작과가 모이는 장소에서 내 또래가 있나 둘러보았다.
나보다 연배가 되어 보이는 분도 더러 눈에 띄었고, 앞자리에는 딸, 아들 같은
신입생들이 앉았지만 어느 누구도 나이 든 나를 눈여겨보는 사람은 없었다.
' 공부에 나이가 걸림돌이 될 수는 없지. 그래 나도 할 수 있어 '
 움츠렸던 몸과 마음이 슬슬 풀리면서 그제야 교수님도 보이고
동아리를 소개하는 앳띤 선배들의 진지한 모습들도 눈에 들어왔다.

교수님의 학과 소개말씀에 어느 듯 나는 신입생들과 함께 새내기 대학생이 되어있었다.

 

 등록금이 아까워 한 학기나 겨우 마치고 손을 들 줄 짐작했던 가족들은 한 학년을 꺼뜬하게마치고 다시 새 학기를 시작하는 나에게 무언의 박수를 보내 주었다. 오십 줄의 나이에 공부를 하다보면 많은 오답에 휩쓸릴 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순간의 나는 결코 선착장에 도착할 때 까지 마스터키를 꼭 잡고 난파하지 않으리라고  다짐하고 또 다짐해 본다. 

그리고, 앞으로도 나는 나를 미치도록 사랑할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