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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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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겨울로 온 사랑 겨울로 떠나간다.


BY 詩人의孤獨 2004-03-02

몹시 지쳐 피곤한 얼굴이지만 가끔씩 작은아이를 바라보는 눈엔 행복이 보이기도 한다.
아! 수 현의 어머니... 그녀다.


병환의 시집을 내고 병환의 꿈인 이런 집을 짓고 이곳에 산지 2 년이 다되어간다.
아이가 이번 가을이 지나면 만으로 두 살이 되니까
그동안 병환의 시집은 3 권이 되었다.
혜란은 병환이 돌아오는 날 그에게 주고싶었다.
병환 자신의 시집을......
그리고 평생 그의 곁에 있고싶다.
고풍스런 삼층 건물 앞엔 무늬 좋은 구수 나무로 된 작은 의자 하나가 놓여있다.
투박한 것으로 보아 기계적인 느낌은 전혀 없는 것이 전에 병환이 만들어 놓은 것이다.
그 위엔 금빛 트럼펫 하나 반짝이며 주인을 기다리듯 놓여있고.....
혜란이 수 현의 어머니를 찾은 건 우연이었다.
병환의 시집을 내고 얼마 후 주인도 없이 병환의 시화전을 열던 날 누더기 옷을 걸 친
나이 먹은 아주머니 한 분이 병환의 사진을 붙들고 놓지 않아 애를 먹었었다.
혜란도 어머니를 일찍 여위고 혼자서 살아온 터라. 문득 자신의 어머니가 떠올려 졌었다.
그랬다. 혜란은 그 아주머니가 하도 불쌍해서 우선 요양원에 입원시키고 무엇인가 사연이 있는 듯 해서 알아본 결과는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그녀는 병환이 그렇게 찾아다니던 그 여인이었다.
정신 없이 세상을 떠돌며 미친 듯이 찾아 떠돌던 바로 수 현의 어머니였다.
정신병자가 되 버린......
 
혜란은 많이 울었었다. 그 여인이 불쌍해서......
그리고, 그 여인에게 죄책감을 쥐고 지금도 세상을 떠도는 내 사랑....
병환이 불쌍해서 울었고 서글퍼서 울었고..
그런 병환을 그리며 사는 자신이 서러워서 울고...
그렇게 혜란은 참 많이도 울었었다.
그 후로 병환을 찾기 위해 얼마나 애를 썼는가.
그를 얼마나 그리워했는가.
그를 찾으면 그의 품에서 얼마나 울고싶었는가.
그의 모든 것이 모두 그리웠다. 병환의 모든 것이......
비가 내린다.
병환이 떠돌고 있는 세상의 구석구석에 비가 내린다.
겨울을 재촉하는 가을비가 내린다.
주인을 잃은 정원의 꽃잎 위로 마당에 서 있는 조각 위로 눈물겹게 병환을 기다려온
키 작은 구수 나무로 만든 의자 위로 시냇물이 흐르는 숲으로 비가 내리고 있다.
그렇게, 그렇게 추적추적 겨울을 재촉하는 가을비가 내리고 있다.
그것은 비가 아니다. 혜란이 흘리는 사랑의 눈물이다.

당신이 내게
웃어라 이르시면
그때 내가 웃지요.


가슴, 한 자락
알싸한 눈물 한 방울 붙들고 서성이다
님, 눈빛 마주쳐
내게 웃어라 그리 이르시면
그때 내가 웃지요.


먼 산꼭대기
끝에 걸린 잿빛 구름 한 조각
어디 갈 데 없이
망연히 절룩거리며 가슴 저린
숨소리 붙들고 우는 내게
웃어라 그리 이르시면
그때 내가 웃지요.


하얀 백지 가득
이름 그리다, 그리다 지쳐
온통 젖은 백지 위로 그리움의 핏빛이 물들면
나, 그리움 끌어안고 울고 있을 테니
그때, 님께서 웃어라
그리 이르시면
그때 내가 웃지요.


천년 묵은 인연,
담쟁이 넝쿨 채찍처럼 마음 두드리고
풀어헤친 머리카락마다
아픈 그대 이름 목청 높여 불러봐도
처연하게 대답 없어 우는 내게
웃어라 그리 이르셔도
그때 내가 웃지요.


그대 웃음 뒤편 넋 놓은 듯
섧게 주저앉았다가 장난처럼 내미는
님의 손길 내게 닿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