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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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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들이


BY 낸시 2021-10-17

머리에 쥐가 나려고 한다.
잠시 쉬어 갈 필요가 있다.
쉼이 필요할 때, 수다 떨고 싶은 때, 내가 찾는 곳이 아컴이다.
주절주절 떠들고 나면 뭔가 비워지는 것 같고 다시 열심히 일할 의욕을 느낀다.

내가 살짝 미쳤지.
스페인어 공부를 하겠다고 나서다니 미치지 않고서야 가당키나 한 말인가 말이다.
스페인어 공부가 아니라도 나는 충분히 바쁜 일상을 꾸려가고 있었다.
가끔은 숨쉬는 순간을 고마워 할 만큼 바쁘게 산다고 느끼기도 하였다.
그런데 희안하다.
내게 엄청 많은 여유시간이 있음을 스페인어를 시작하고 알았다.
하루 두세시간 공부하는 것이 가능하였다.
한 달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공부할 수 있었다.
그리고도 드라마 두 편은 놓치지 않고 보았으니 그 동안 바쁘다고 생각한 것은 엄살이었나 보다.

그런데 이제 한계에 도달한 느낌이 든다.
쉬어가고 싶다.
쉬운 문제가 분명한데 스페인어 퀴즈에 자꾸 오답을 낸다.
일하기 싫다고 머리가 떼를 쓴다.
아무런 생각도 하기 싫고 그냥 쉬고 싶단다.
오케이, 알았으니 잠시 쉬어가자고 머리를 달래려고 나들이 온 곳이 아컴이다.

삶이 힘들다고 느낄 때, 나는 돌아가신 부모님을 생각한다.
내가 어렸을 때, 지켜 본 부모님은 잠시도 쉴 틈 없이 일을 하였다.
낮에 힘들게 논에서 밭에서 일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다.
밤에도, 어머니는 잠자는 시간을 쪼개 길쌈을 하고 바느질을 하였다.
아버지 또한 잠자는 시간을 쪼개 새끼줄도 꼬고 가마니나 멍석을 만들기도 하였다.
내가 아무리 열심히 힘들게 일한다고 해도 두 분이 살다간 삶과 비교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아니 나 스스로도 잠시지만 그런 삶을 산 적이 있다.
중학교 1년을 중퇴하고 서울에 가서 양장점 시다로 일할 때다.
새벽 4시면 일을 나가 밤 열한시에 집에 왔다.
하루종일 엘리베이터 없는 오층 빌딩 계단을 오르락 내리락 심부름하는 것이 일이었다.
오르는 것은 기어서라도 가능했지만 기어내려갈 수도 없는 계단을 내려디딜 때마다 다리가 너무도 아파 울고 다녔다.

주 7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식당 일을 하면서 스페인어 공부를 하는 것이 힘들다고 하는 것은 엄살이다.
식당에도 집에도 내가 돌보는 화초가 가득하고 금붕어를 바라볼 시간도 고양이하고 놀 시간도 있다.
바쁘다고, 힘들다고 하는 것은 그냥 엄살이다.
이렇게 나들이 나와 수다 떨 시간도 공간도 있다.
좋다, 참 좋다.
살아있음이 감사하다.
이제 다시 돌아가 스페인어하고 씨름을 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