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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의 40대 직장 여성과 MZ직원과의 싸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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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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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 저 사랑의 피안


BY 詩人의孤獨 2004-02-26

지난 몇 개월을 병환은 수 현의 행방을 찾아 다녔지만 끝내 수 현을 찾을 수가 없었다.
아마 지금쯤은 만삭이 되 있을 수 현......
찾아야하는데...... 찾아서 무엇인가 해야할텐데......
담배 한 개피를 입에 물고 무심히 불을 붙이던 병환은 문득,
손에 들려진 라이터를 바라본다.
수 현...... 이렇게 쓰인 지포 라이터.
병환은 지난 몇 개월을 이 라이터를 쓰고있다.
가만히 만지작거린다.
지난 몇 개월 동안 참으로 많은 생각을 했었다.
아내를 잃고 수 현이 다가오고......
그렇게 다가온 수 현을 병환은 특별한 까닭도 없이 거부했다.
단지 자신의 마음에 수 현을 사랑하는 마음이 일지 않았을 뿐이었다.
아니, 그건 아닌 거 같다.
신선하고 어린 여자에 대한 무의식적인 반응이었는지도 모른다.
세상의 편견, 나이 차이에 대한......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분명 수 현은 아름다웠다. 누가 보아도 아름답다고 느낄 만큼 수 현은 아름다운 여자였다. 어쩌면 자신도 그녀를 아름다운 여자로 느꼈는지도 모른다.
조금씩 가까이 느껴지는 수 현을 병환은 애써 연민이라 치부해 버렸는지도 모를 일이다.
오늘따라 그녀 생각이 머릴 떠날 줄 모른다. 계절 탓인가?
조 수 현 ......
어디선가 전화벨이 울렸다.
"팀 장님!......
"팀 장님?"
크게 부르는 소리에 문득 정신을 차린 병환에게 박 대리가 나를 부른다.
"전화 왔어요, 병원이라는데요?"
"병원?" "
"네..."
"무슨 병원?"
"모르겠습니다.?"
"네. 전화 바꿨습니다."
"오 병 환 씹니 까?"
"네. 그런데요? 누구시죠?"
"여긴 아영 병원입니다, 급히 와 주셔야 할 것 같아요 ,,
"넷에? 무슨 일인데요?"
"혹시? 조 수 현이라고 아시죠?"
"네? 네. 압니다, 알아요. 그런데 왜 병원에?"
"자세한 얘기는 와서 하시고 빨리 오세요. 급합니다."
"거기, 거기가 어딥니까?"


병환의 커진 목소리에 부원들이 놀라듯 바라본다.
"네, 네 알겠습니다 .금방, 아니 빨리 갈게요."
수화기를 던지듯 내려놓은 병환은 뛰듯이 달려나간다.
수 현이 위험하단다, 내가 얼마나 찾았는데.....
병원이라니...... 병원이라니......
어째서......왜?...
강릉행 고속도로엔 오늘따라 차가 많은 듯 느끼는 병환.
답답하고 급한 마음에 자꾸만 액셀러레이터를 밟고 급히 브레이크를 밟는다.
몇 번을 위험한 지경을 아슬아슬하게 지나고......
제발, 제발 조금만 더 기다려라 수 현아......
내가간다. 내가 갈 때까지 제발 조금만 기다려라......
내, 너와 함께 살 테니, 너는 나와 함께 살아다오.
내가, 너의 당신이 되어 살 테니
넌, 나의 아내로 살아 다오 .수 현아......
대관령을 넘어서 병환의 차는 강릉으로 들어왔다
끼~`익
급하게 차를 멈춘 병환 황급히 병원에 들어서고 안내를 찾아 묻는다.
"수 현, 수 현을  찾아왔어요, 어딥니까? 어디 있어요? 수 현이?"
"오 병 환 씹니까?"
"그래요. 내가, 병환입니다, 어디 있어요? 조 수 현, 어디 있어요? 수 현?"
"응급실에 있어요."
수 현은 산소 마스크와 무언지 알 수 없는 수많은 응급 장비를 두르고있다.
누워있다. 대여섯 명 의 의사들은 무엇인가 정신 없이 바쁘고...
"수 현아? 수 현아?"
병환이 부르는 소리에 고통스러워하던 수 현이 눈을 뜬다.


운다, 울고 있다, 수 현이......
눈물을 흘린다.
얼마나 듣고 싶었던 목소리인가. 얼마나 보고싶었던 사람인가.
한시라도 그의 모습을 잊은 적이 있었는가?
한시라도 그의 숨결을 가벼이 느낀 적이 있었던가?
그가, 그런 그가 나를 부르는데 수 현이라고 ......
수 현이라고 불러주는데..... 나는 일어나지 못한다.
일어나서 그의 품에 안기고싶은데, 안겨서 그간의 보고픔을 풀고싶은데
그렇게 그리웠던, 그렇게 보고팠던 그래서 숱한 날을 울었던......
그런 말을 하고싶은데......
수 현이 울고 있다.
한 마디도 할 수 없는 자신이 원망스럽다.


"수 현아, 일어나라, 일어나서 우리 돌아가자."
"내가, 너의 남자로 너는 나의 아내로 우리 그렇게 살자."
병환도 운다 울고있다.


울고있습니다.
내 사랑이 울고 있습니다.
눈물보다 더 아픈
서러움으로 울고있습니다.
수없이 긴 날을
저렇게 섧게 울었을 내 님이
지금 내 앞에서
또 울고있습니다.


수 현이 병환에게 손을 내밀고 수 현의 힘없이 내미는 손을 병환이 붙잡고 있다.
 수 현이 웃는다, 웃는 수 현의 눈가엔 끊임없이 눈물이 흐르고있다.
그리고......
 갔다. 수 현은, 웃으면서...... 
그렇게 그리던 사람 품에서 그렇게 가을을 지고 겨울을 밟고 ......
의사가 그랬다 .
몸이 무척 쇠약한데 다. 너무 약한 몸으로 아이를 낳다가. 그리됐다고......
수 현아!
넌, 내게 사랑이라 말하였지만 난 너에게 사랑한다 미쳐 말하지 못했다.
병원에서 연락을 받고 오면서 비로소 내가 널 사랑한다는 것을 알았는데
넌 내게 사랑한다 말할 기회도 주지 않고 가는구나.
이제 겨우 내가, 널 사랑한다는 걸 알았지만 이젠 네가 없구나......


낮은 야산 병환이 앉아있다, 아니 주저앉아 울고있다.
앞엔 새로 생긴 작은 무덤이 있고 그 앞에서 병환이 울고 앉아있다.
망연히 눈물짓는 얼굴로 하늘을 보는 병환, 잿빛이다.
하늘이 온통 잿빛이다.
절룩거리며, 비틀거리며 산을 내려오는 병환의 등뒤로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하얀 눈이 내려온다.
세상을 하얗게 덮고있다.
겨울이 ,병환의 등뒤로 다가왔다.


잃었다.
병환은 사랑을 잃었다. 아니, 사랑을 알았을 땐 이미 사랑은 병환의 곁엔 없었다.
그저, 평범하게 살아야지 했을 땐 이미 그럴 수 없는 곳에 서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