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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 저 사랑의 피안


BY 詩人의孤獨 2004-02-19

 

4. 욕망. 저 사랑의 피안


 


동해, 이름도 없는 바닷가는 한산했다.
이틀을 멍하니 바다를 바라보다 돌아왔다.
수 현은 일주일 후에 수척한 모습으로 회사에 출근했고 어느 날부터
병환의 책상엔 아침이면 국화가 피기 시작했다.
아니, 화분 하나가 늘 국화를 담고있었다.
누가?, 왜?, 언제 같다 놓는지는 모른다.
매일 아침 병환이 출근하면 국화는 어김없이 책상 위에 피어 있었다.
평소처럼 병환은 오늘도 출근을 했고, 한 달에 한번 있는 회식하는 날 이였다.
"오늘은 우리 회식하는 날이니까. 모두 일 정리하고 회사 앞 식당으로 모이도록......"
퇴근 후라 모두들 배가 고파서인지 왁자지껄하고 모두들 열심히 먹고 마신다.
언제 왔는지 수 현이 병환의 곁에 와있었다.
"팀 장님 ! 제가 한잔 드릴게요"
수 현의 손이 떨고있었다.
2차를 거치고 벌써 3차다.
이미 병환은 꽤나 취해있었다.
노래방을 마지막으로 부원들을 집으로 돌려보내고 병환은 거리를 걷고 있었다.
오늘 오후에는 하늘이 몹시 흐렸다.
비라도 오면 좋으련만 비는 오지 않을 듯 싶었다.
이렇게 술을 마시면 까닭 없이 거리를 걷는 습관이 생긴 건 아내를 잃은 후부터다.
한없이 걷다보면 늘 모르는 곳에 병환은 서 있고 했다.
문득, 그럴 땐 사는 게 허망하게 느껴진다.
아내를 병환은 무척 사랑했었다.
같은 대학의 후배였던 아내는 예뻤고 착해서  병환뿐 아무것도 몰랐다.
자신을 닮은 아들을 낳은 아내는 그렇게 좋아했다.
어느 날인가. 창 밖으로 손을 잡고 지나는 자신쯤 되는 나이의 사내가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거리를 걷는 것을 보고 병환은 문득 가족과 외식을 한지가 오래됐다는 생각이 들어
집으로 전화를 해 나오라고 했었다.
그러나. 아내와 아들은 함께 갈 수 없게 되 버렸다 영원히...
괜 시리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어둠이 병환에게 달려들어 아침까지 동행을 하자고 손짓을 한다.
터벅터벅 길을 걷다가 병환은 문득 자신의 발걸음에 맞춰 걷는 발자국 소릴 들었다.
이상하다는 생각에 뒤돌아보니 낯익은 얼굴이 서있다. 수 현 이였다.
취하긴 했지만 수 현을 못 알아볼 정도는 아니었다.

"아니 수 현씨 아니야?"
"어쩐 일이야 집에 안 갔어?"
"......"
"음. 무슨 일 이 있나?"
"어서 집에 가요. 어여쁜 아가씨가 늦은 밤중에 거리를 헤매면 누가 집어가잖아"
"팀 장님?"
수 현이 병환을 불렀다.
"?"
"저... 술 한잔 사주세요."
"?"
"팀 장님이 사 주시는 술 한잔 하고싶어요"
"시간이 늦었으니까. 내일 사 줄께 오늘은 그만 들어가요"
"싫어요"
한번도 병환의 말을 거스른 적이 없는 수 현이다.
"꼭, 오늘 사주세요"
어이없다는 듯이 한참을 생각하고 있던 병환은 수 현의 등을 무심코 만지면서 말했다.
"좋아요. 대신 조금만 사 줄게"
술집엔 사람이 별로 없어서 좋았다.
술집에서는 잔잔하게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나의 모든 사랑이 떠나가는 날은 당신에 웃음 뒤에서 함께 하는데,
철이 없는 욕심에, 그 많은 미련에 당신이 있는 건 아니겠지요.
애끓는 목소리가 술집 전체를 장악하고 있다.
김 현 식이라는 젊은 나이에 요절한 가수의 "내 사랑 내 곁에" 라는 노래다
맥주를 시킨 병환은 수 현이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졌다.
"......"
"어머니는 잘 계시지?"
"많이 힘이 드셨을 텐데......"
"네 잘 지내세요, 늘 전화 할 때마다 팀 장님 얘길 하세요, 고마운 분이라고..."
"수 현씨가 잘해드려야지"
"팀 장님!"
수 현이 갑자기 당돌하게 병환을 불렀다.
<술을 마신 탓이겠지>.
병환은 아주 짧게 생각을 했다.
"......"
"저 요즘 뭐하냐고 물어봐 줄래요?"
"?.... 요즘 뭐하긴 일하잖아?"
"한번 물어 봐주세요"
"후 후 후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