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급해진 여직원은 수 현의 책상을 돌아보면서 소리를 질렀다.
"조 수 현 씨! 수 현 씨!"
없다. 그녀가 자리에 없다. 수 현을 찾던 직원은
"지금 안보이네요. 잠시 후 들어오면 전해 줄게요"
`"빨리 내려오라고 꼭 좀 전해 주셔잉?"
"네. 알았습니다. 걱정 마세요"
"그럼 믿고 끊어요 잉"
"네"
전화를 끝낸 여직원은 상사인 병환에게 그녀의 아버지가 돌아 가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깜짝 놀란 병환은 거래처에 걸던 전화를 대충 끝내고 맞은편의 박 대리를 불렀다.
"박 대리"
"네. 팀 장님?"
"조 수 현 씨, 어디 갔나?"
"지금 외근 나갔습니다."
"연락해서 급히 회사로 들어오라고 해"
"네, 알겠습니다"
병환은 서류철을 뒤적거리다 하나의 서류를 찾아냈다.
조 수 현. 서류 표지에 이렇게 써 있었다.
병환은 예전부터 부하 직원의 신상에 관한 것은 이렇게 서류로 만들어 보관하고 있다.
그것이 병환에게는 편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박 대리! 나 잠깐 나갔다 올께. 조 수현 씨 오거든 내게 전화해?"
"네, 알겠습니다"
병환은 회사 밖으로 나와 은행으로 발길을 돌렸다.
병환은 일주일 전부터 휴가를 신청해 놓고 있었다.
강원도 어디 바닷가에나 다녀올 심산이었다.
아내와 아이를 잃은 기억 때문에 한번쯤 쉬어야 갰단 생각에서다.
은행의 현금 지급기에서 돌아 나오며 하늘을 한번 쳐다본다
병환은 요즘, 습관처럼 자주 하늘을 본다.
하늘은 온통 푸르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은 너무나 슬프다는 생각을 병환은 언제부턴가 하기 시작했다. .
담배를 한 모금 피우고 있는데 길 건너 저 쪽에서 수 현이 나를 보고 급히 뛰어오고 있다.
"팀 장님! 안녕하세요?"
"어디 갔다 오세요?"
담배를 피우고 있는 나를 본 수 현은 수줍은 듯이 나를 바라보면서 짧게 한마디한다.
"팀 장님! 그런 담배는 직접 사러오시지 마시고, 앞으로는 저를 시키세요?"
"아셨죠? 팀 장님?"
수 현은 혼잣말처럼 나에게 말을 하고는 쏜살처럼 회사 쪽으로 달려간다.
마치, 암 사슴처럼 귀엽게 뛰어간다.
내게로 달려와 정신 없이 몇 마디를 하고서 뒤 돌아가는 수 현을 보던 병환은
잠시 얼떨떨한 표정을 짓더니 그녀를 불러 세웠다.
"조 수 현 씨!"
뒤도 안보고 달려가던 그녀는 내가 부르는 소리에 발걸음을 멈추고 내게로 다시 돌아왔다
그녀는 의아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본다.
"수 현 씨! 시골에 가봐야 해요"
"네? 혹시?"
"아버지께서 돌아 가셨데요"
수 현은 잠시 멍하니 병환을 쳐다본다.
"아까 전화가 왔었어요, 시골에서"
하얀 봉투 두개를 내놓으며 조심스럽게 병환이 말했다.
"이거 가지고 가요, 하나는 회사에서 주는 거야"
말없이 봉투를 받아든 수현이 돌아서 두세 발걸음을 걷다 그 자리에 쓰러져 버린다.
수 현이 눈을 떴을 때는 이미 늦은 시간이었다.
곁에서 병환이 바라보고 있다.
놀란 듯 일어나는 수 현은
"팀 장님"
"......"
<미안하다는 뜻이겠지>
평소에도 말이 없는 그녀다.
시간이 늦어 다른 부원들은 모두 퇴근을 한 후다.
단 둘이 사무실에 남겨져 어색해진 병환은 그녀에게 말을 한다.
"괜찮아요. 내 부원이니까 이러는 거야 부담 갖지 않아도 돼"
"근데, 빨리 시골에 가봐야 되잖아 수 현씨?"
"음... 집이 아마 저기 남녘이지?"
"네"
"그래! 그럼, 내가 데려다 줄 테니까 일어나요"
집에 데려다주고 휴가를 간다해도 될 것 같아서다.
병환과 수 현이 탄 차는 톨 케이트를 빠져나와 고속도로를 달리고있다.
수 현은 아무런 말이 없다. 한참을 운전만 하던 병환이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오빠는... 왜? 일찍 죽었어요?"
"팀 장님이 어떻게?"
가뜩이나 커다란 눈을 토끼처럼 크게 뜨고 놀란 듯이 어떻게 아느냐고 묻는 것이다.
"입사 때 가족 사항을 내가 물었을 때 얘기했잖아"
"아!..."
"살기 힘이 들었는지 자살을 했어요, 약 먹고..."
수 현의 목소리가 울먹거린다.
앙증맞은 하얀 손으로 얼굴을 감추듯이 한참을 속으로 눈물을 삼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