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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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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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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로 온 사랑 겨울로 떠나간다.


BY 詩人의孤獨 2004-02-16

12 편 - 허공. 알 수 없는 미로

저 만치서 하얀 가운을 걸친 사람 하나가 뛰어온다.
아마 이 요양원의 의사겠지
가까이 다가온 하얀 가운이 나를 쳐다보며
"야! 오 병환! 이~야 살다가 너를 다 보는구나,"
"반갑다,""야! 우리 얼마 만이냐?"
"곽 성진! 오래만 이지?"
"오랜만이 다 뭐냐?. 너 학교 떠나고 처음이다."
"한 십 년은 넘은 거 같다"
"벌써 그렇게 됐나?"
"그래 이 사람아, 너 소식은 가끔 들었다"
"네 아내와 아이 얘기는 오래 전에 들었다. 미안하다 못 가봐서"
"아니야 이미 오래 전 얘긴데 뭐"
`"그나저나 너 점심 안 먹었지? 가자"
"그래"
식사를 주문하고 난 성 진이 조심스럽게 내게 묻는다.
"어떻게 지네냐?"
"나? 그냥 그렇게 지내고 있어"
"사람...참?"
"나.... 너에게 부탁이 있어서 왔다."
어렵게 병환이 성진 에게 입을 열었다.
"그래? 그게 뭔데?"
병환은 지나간 일을 떠올리면서 성진 에게 말을 한다.
"아마 한 삼 년쯤 전에 너희 요양원에 있었던 사람에 대해서 좀 알아볼게 있어서"
"차 성 옥 씨라고 한50살쯤 되는 분인데..."
"차 성 옥?...... 차 성 옥이라..."
성 진은 기억이 잘 안 나는 듯 한참을 생각한다.
"식사하고 한번 찾아봐야지 알겠는데"
"그래 부탁하네"
"알았네. 이 사람아 그런데 그 사람은 왜?"
"그냥...... 꼭 알아야할 사람이라서......"
식사를 마치고 요양원으로 돌아온 성 진과 나는 그동안의 이러저러한 대화를 했다
자료실로 들어가 기록을 뒤지던 성 진이 잠시 후 서류를 들고 왔다.
"아, 여기 있네"
잠시 기록을 훑어보던 성 진이 이상하다는 듯이
"근데 2년 전에 없어졌는데?"
"없어지다니?"
"가만히 있어봐. 내가 서류를 보고"
"......"

"응, 그동안  많이 나아져서 산책도 혼자하고 그랬었는데 어느 날
친척이라는 사람이 데려 간 걸로 되 있어,,
"친척 누구?"
"사촌으로 기록이 되있네?"
"그래? 어느 정도 나아진 건데?"
"정신이상은 안 나타나고 거의 정상으로 나은 거 같아"
"그래? 거기 친척 주소 좀 적어 줘"
"알았어"
주소를 받아든 병환은 밖으로 성급하게 나가면서
"고맙다, 그럼 나간다."
"며칠 있다가지 그러냐?"
"아냐, 고맙다 또 들르마"
"이렇게 가면 서운하잖아"
"후 후 후"
"나중에 또 올께"
"참, 사람하고는..... 그래! 할 수 없지 뭐..... 잘 가게 꼭 또 오게"
"그래, 나간다"
"잘 가게"
주소를 펼쳐들고 병환은 차에 올라타 시동을 걸었다.
조 수 현. 나를 사랑했던 작은아이 그리고 그의 어머니 차 성옥.
4년쯤 전인가, 갓 입사한 신입사원 한 명이 병환의 부서로 들어왔다.
그 여자는 이제 대학을 막 졸업한 사회 초년생이었다.
그때가 병환의 아내와 아이를 교통사고로 잃은 지 꼭 일년이 지난 해였다.
그녀는 말도 없고 조용해서 거의 있는 듯 없는 듯 그렇게 육 개월쯤 지났다.
그러던 어느 날 ...
뚜 뚜 뚜......
업무에 바쁜 모든 직원들이 분주하게 일을 하던 조용한 사무실의 정적을 깨우듯이
요란스럽게 전화가 울렸다.
"네, 홍보실입니다"
급하고 거친 여자의 음성이 들려온다. 사투리가 섞인
"우짜쓰가? 거기가 조 수 현이 댕기는 회사 지라?"
느닷없이 쏟아지는 사투리에 잠시 멍해졌던 여직원이 정신을 차린 듯
조 수 현? 누구? 아! 신입...
"네. 그렇습니다만"
"지그 아버지가 돌아가셨구먼요. 빨리 좀 바까주 셩잉"
조 수 현 씨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말을 들은 여 직원은 놀란 듯이 떨리는 가슴으로
수화기 속으로 말을 건넸다
"잠시만 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