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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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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로 온 사랑 겨울로 떠나간다.


BY 詩人의孤獨 2004-02-16

11 편 - 허공, 알 수 없는 미로
 

3. 허공. 알 수 없는 미로
 
혜란이 뒤척인다.
이불을 다시 덮어준 병환은 창가에 마주서있다.
저렇게 좋아하는데..
난, 또 떠나야하지......
비가 내린다. 창가에 소리 없는 가을비가 내리고있었다.
이 비 그치면 아마 가을이 저만치 가 있겠지......
텅 빈 거리에는 외로운 낙엽들이 갈 길을 못 찼고 이리저리 구르듯 눕고 있다.
                                     
병환은 어디론가 가고있다.
혜란은 또 잘 지낼 것이다. 언제 또다시 혜란을 찾을지는 모른다.
어쩌면 다시는 못 볼지도 모른다.
그러나 병환에겐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아있다.
지금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 아니
세상에서 오직 한사람 병환에게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가 혜란 일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은 떠나야한다, 아직은 해야할 일이 남았으니까...
차는 경부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혜란은 울고있다.
지난밤, 그녀는 나와 또다시 기약 없는 헤어짐이 다가올 것 같은 불안함에서 초조해 했다.
"병환 씨?"
"네"
"......"
혜란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묻고싶은 말이 있었다. 또 떠날 거냐고, 어디로 갈 거냐고,
언제쯤 당신의 짐이 가벼워 질 수 있냐고...
그러나 그녀는 묻지 못했다.
그런 혜란의 마음을 알면서도 병환은 아무 말도 ,아무런 약속도 해줄 수가 없다.
어쩌면 내 마음의 짐은 죽는 날까지 벗지 못할지도 모르니까.
병환이 팔을 뻗어 혜란의 머리칼을 쓸어 넘겨준다.
가느다란 그녀의 목덜미가 따스하다.
"병환"
"......"
"오늘만은 ..."
"......"
"내 침대에서 함께 보내고싶어"
혜란의 입술이 너무 아름답다.
살포시 그녀를 껴안은 병환은 그녀를 안고 침대로 향한다.
몇 번을 함께 밤을 세우면서도 늘 서로를 ,서로의 밤을 지켜만 주었던 그들이
오늘은 함께 잠에 들것이다.
두 사람이 잠들은 사이 하늘에서는 밤새워 가을비가 내렸다.
창 밖의 정원에부터 담 넘어 골목을 지키고 서 있는 가로등까지 하늘은 두 사람의
새롭게 다가올 이별을 준비하느라 밤새워 비를 내렸다
혜란과 마지막 섹스를 끝내고 잠이든 병환은 온밤을 뒤척이다 잠시동안 설 잠에 들었다.
잠시 후, 설 잠에서 깬 병환은 깊은 잠에 빠진 혜란의 얼굴을 잠시동안 바라보고 있었다.
병환은 가만히 옷을 입고 그녀가 잠든 이른 새벽에 밖으로 나오며 집밖에서
혜란의 집을 뒤돌아보았다
<언제 다시 되돌아 올 수 있을까?>
병환의 차는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다.

혜란은 눈을 떴다.
그녀가 눈을 떴을 때는 이미 병환은 없었다.
혜란도 그가 떠날 줄은 어제 밤부터 알고 있었다.
병환이 떠났다. 다시 혜란은 이제 혼자다.
병환에게 힘겨운 삶을 지워준 운명이 그를 놓아주지 않는다.
혜란은 그래서 병환의 운명이 밉다.
잠에서 깬 그녀는 무심코 병환이 자고 간 잠자리를 보았다.
거기엔 아직도 그 사람의 체온이 남아 있었고, 그곳에는 병환의 영혼이
담겨진 세 권의 노트가 있었다.
혜란은 가만히 한 권을 들고 펼쳐본다.
병환의 노트다. 빽 빽 히  그의 번 민이 담겨진 노트, 영혼이 담겨있다. 시가 적혀있다.
혜란은 글썽이는 눈물을 닦아내고 창가로 향했다.
그는 떠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영혼을 두고 간 것이다.
<이제 난 알 수 있어 병환 날 사랑한다 는걸, 아니 진작부터 알고있었는지도 몰라 어리석은 내가 그걸 알지 못했던 거야.>
"......"
<이제 내겐, 그가 모든 짐을 털고 돌아올 곳을 준비하는 거야>
혜란은 언젠가 돌아올 그 사람을 위하여 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다시 한번
병환을 떠올리고 있다.
혜란은 언젠가 병환이 자신에게  얘기한 작은 꿈에 대한 생각을 한다.
"난, 나중에 경기도 어느 곳에 예쁜 집을 지울 겁니다".
"거기에 내가 좋아하는 꽃도 심고, 들을 거닐며 매일 아침 하늘을 보고 노을이 지면
트럼펫을 불며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바라보며 그렇게 살 겁니다"
푸른 간판에 "진명 요양원"이라고 써있는 하얀 페인트가 칠해진 2층 건물 앞에 차가 멈춘다
"실례합니다. 여기 곽 성진 이라는 의사 선생님 계신가요?"
안내 실 의 간호사는 낮선 병환을 쳐다보며 어떻게 아느냐는 듯 묻는다.
"어떻게 오셨는데요?"
"네, 친굽니다. 병환이라고 하면 알 겁니다."
"네 에, 그러세요?, 잠시만 요?"
어디론가 전화를 하던 간호사가 부드러워진 목소리로 다가와 말을 한다.
"금방 오실 거 에요. 저기 앉아서 조금만 기다리시면 오실 거 에요"
간호사가 가리키는 곳에 길게 짜여진 나무로 된 의자가 놓여있다.
"네, 감사합니다"
잠시 의자에 앉아 창 밖을 응시하는데 간호사의 목소리가 들린다.
"커피 한잔 드세요. 우리 선생님하고는 어떻게 아세요?"
"학교 친굽니다, 잘 마시겠습니다."
간호사에게 수 현의 어머니 이야기를 물어보니 그녀도 모른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