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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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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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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로 온 사랑 겨울로 떠나간다.


BY 詩人의孤獨 2004-02-16

8 편 - 꿈, 흐르는 갈증

이미 바람이 차가워 졌는데 어제 병환이 입고 있었던 옷은 아직도 얇은 여름 옷 이었다.
옷을 사와야겠다 이 사람 일어나기 전 에 다녀와야지.
갑자기 마음이 바빠진다.
"아줌마! 아줌마"
"네에"
"나 밖에 나갔다 올 테니까, 선생님 일어나시면 아침 차려 드리세요"
"알았어요"
급히 차에 오르던 혜란은 병환의 차가 생각났다.
시계를 보니 아홉시가 넘어 서고있다.
핸드폰을 열었다.
"여보세요?"
"거기 정비 센타죠?"
"네"
"차 한대 옮겨 줄 수 있어요?"
"어딘 데요?"
"인천 대공원에서 목동까지요"
그리고는 주소를 불러준다.
"빨리 부탁해요"
"네 알았습니다"
이제 막 문을 열었는지 백화점 앞엔 한산하다.
곧장 3층으로 올라갔다.
옷을 몇 번이고 고르고 또 고른다.
어떤 게 어울릴까.
세 시간만에 겨우 다섯 벌을 골랐다.
"아줌마 병환 씨는 일어났어요?"
집에 돌아온 그녀는 병환이 아침을 먹었는지 먼저 묻는다.
"아침 식사는 차려 드렸어요?"
"아니요 아까 올라가 봤는데 아직 주무시나봐요"
"알았어요"
아직도 병환은 자고 있었다
그렇게 모로 누운 채로다.
그런데 병환의 눈에 물기가 보인다.
가까이 다가 가 본 혜란은 갑자기 가슴이 미어져온다.
병환은 울고 있었던 것이다.
아마 꿈을 꾸는 모양이다.
얼마나 힘이 들면 자면서도 저리 울까?
바보 같은 사람 나와함께 있었으면, 저렇게 몸만은 힘들진 않을텐데......


"음"
병환이 일어나고 있다.
혜란의 기척에 잠이 깬 모양이다.
"잘 잤어?"
잠이 덜 깬 병환은 두리번거린다
"내가 왜 여기 있어요?"
"언제 왔어요"
"응 어젯밤 일 생각 안나?"
"술에 취해서 잠이 들었잖아"
"그랬군요"
혜란이 가만히 옷을 내민다.
"입어봐"
"이 옷은?"
"내가 아까 백화점에 다녀왔어"
"맞을지 모르겠네"
"나 좀 씻고요"
일어나려던 병환은 자신이 팬티만을 입고 있는 것 을 알아차렸다.
"?"
의아한 듯 혜란을 쳐다본다.
"어젯밤에 내가......"
"네 에"
무슨 뜻인지 아는 듯이 병환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한다.
아마 내 옷에서 냄새가 나서 빨려고 그랬겠지
병환은 그녀의 침실에 달려있는 샤워 장의 거울을 마주하고 서있다.
낮이 설 다. 마주 서있는 저 사람은 예전의 내가 아니었다.
덥 스룸 한 수염 헝클어진 긴 머리. 얼굴엔 삶이 버거워 덕지덕지 묻은
여행자의 흔적만이 남아있다.
예전의 꽤 알려진 회사의 유능한 간부나 후배들에게 존경받았던
그런 모습은 남아있지 않았다.
약간 뜨거운 김이 오르면서 거울엔 이내 김이 서려진다.
수건으로 대충 몸을 닦은 병환은 뜨거운 샤워 장 을 나오자 그녀가 큰 수건을 들고 서있다.
눈은 돌린 채로. 수건을 받아든 병환은 몸을 닦고 그녀가 내민 팬티로 갈아입었다.
깔끔한 베이지 색 트레이닝복을 입고있는 혜란이  이끄는 대로 화장대 앞에 앉았다.
혜란은 정성스레 병환의 머리에 물기를 닦아내고 드라이로 머리를 단정하게 매만진다.
<그래, 당신은 이렇게 라도 해야 당신의 마음이 기쁠 거야>
말없이 몸을 맡긴 병환에게 언제 준비해 놨는지
남성용 스킨과 로션을 차례로 발라주는 혜란...
병환의 목을 감싸고 얼굴을 비비며 거울을 보는 그녀의 눈가엔 행복이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