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고장이 아닌데요" "네? 그럼 왜 시동이 안 걸리는 거 에요?" "후 후 후 연료가 하나도 없잖아요" "보세요 여기, 게이지가 바닥에 있죠?" "어머! 그럼 어떡해 하죠?" "연료를 사 와야해요" 여자는 발을 동동 굴렸다. 병환은 느긋한 표정이다. 뭔가 생각이 있는 모양이다. 여자는 낭패한 얼굴로 청한다. "저 좀, 도와주세요" 어떻게 해야 되는 거예요?,, 이제 보니 굉장한 미인이다. 입술은 작고 코는 오뚝 하고 얼굴은 작은 편이고 눈썹이 짙고 가지런하다. 문득 한사람이 그려진다. 얼른 정신을 차렸다. "걱정 마세요" "무슨?" "저한테 비상 연료가 조금 있어요" 출장을 자주 다니는 병환은 페트병에 항상 연료를 담아서 가지고 다녔다. 트렁크에서 페트병을 꺼내며 병환이 가 말했다. "이거면 다음 휴게소까진 갈 수 있을 겁니다" "넣어 드릴 테니 다음부턴 실수하지 마세요" "정말 고마워요, 아저씨 아니었으면 큰 고생 할 번했어요" "어떻게 하는지도 모르고요" 여자의 차에 연료를 다 넣은 병환은 여자의 차에 앉아 시동을 걸어본다. 키 르 르...부르릉. 시동이 부드럽다. "역시 고급 차는 다르군" "자, 그럼 조심해서 가세요" 돌아서는 병환의 등에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 "네?" "이렇게 도와주셨는데 그냥 가시면 죄송하죠" "연락처라도 주시면 다음에 제가 보답할게요" "후 후 후" "아닙니다, 뭘 그걸 갖고, 됐어요" "아니에요 그래도 그럼 안되죠 "얼마라도 드려야 되는 거 아닌가요?" "됐어요 이렇게 하려고 한 게 아닙니다" 병환은 돌아섰다. "그럼 다음 휴게소에서 만날 수 있어요?" 등뒤로 여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냥 그대로 걸어서 병환이 는 차로 돌아왔다. 천천히 좌측 깜박이를 켜며 속도를 올렸다. 저만치 휴게소 이정표 가보였다. 갑자기 차 뒤쪽에서 누군가 하이 빔을 켜며 따라온다. 그리고 병환이 의 차 곁에 가까이 나란히 속력을 맞춘 차가 유리창을 내렸다. 아까 그 여자였다. 뭐라고 소리를 치는데 알아들을 수가 없다. 휴게소가 가까워지고 병환은 커피 생각이 났다. 휴게소로 들어가며 사이드 거울을 쳐다본다. 여자의 차도 따라 들어오고 있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화장실을 다녀온 병환은 휴게소 밖에 설치된 자판기 옆으로 걸어가는데 "아깐 고마웠어요" 여자가 서있었다. "식사 같이 하실래요?" "사 드리고 싶어요" "아닙니다, 전 커피나 한잔하고 바로 갈 겁니다" "어디까지 가세요?" "부산까지 갑니다" "저도 거기 가는 길이에요" "네, 그러시군요" 커피를 뽑아든 병환은 차로 돌아간다 "부산 어디 가는데요?" "나도 모릅니다" "그런 게 어디 있어요?" "여기요" "후 후" 문을 열고 운전석에 앉았다. 조수석에 털썩 앉으며 여자가 말했다 "같이 가요 우리" "저 바쁜데요" "저는 한가해요" 그러면서 이거 저거 만지작거리다 병환의 노트를 집어들며 넘기다가 무엇이라도 발견한 듯 큰소리로 소리를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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