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강 지산
손 놓칠세라
길 잃을세라
하늘은 물수제비 뜨는 듯이
국화로 내려와 콜록콜록
서리 같은 기침을 삼키고
눈물 밖으로 점점이 맴돈다
바다가 요동치며 뜨겁게 달아오른다
시간도 덩달아 빠르게 흐른다
섹스를 가장한 사랑의 어설픈 미소가 흐른다
어둠을 틈타고 그믐달이 내려와
흥분에 절규하는 바다는
오르가즘에 도취하여 품안에 사는
물고기조차 돌보지 않고
철석 철석 일렁이고 있다
꽃잎은 서리 앞에서 몸을 팔아 넘기고
뿌리는 바람 속에 강간을 당하면서도
평생을 고개한번 들지 못했는데
반짝이는 모래 발자국 속에는
떠나지 못한 과거의 기억만 남아
안개로 안개로 두리번거리고 흐른다
2002년10월호 월간 한맥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