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두덕 심은 텃밭 고구마
백신 후유증 핑계로 게으름 피워서일까
마치 산 중턱 고구마 밭처럼 줄기만 번성했다
텃밭 고구마를 캔다
넌출한 줄기 걷어내고 숨 죽인 땅 후비니
그 아래 고구마 식구들
우르르 얼굴 내밀 줄 알았는데
뿌리만 쏙 올라온 빈 집 투성이다
간혹 터줏대감같은 굵직한 고구마
그 옆 조랑한 식구들까지 자리해
게으름 탓하는 내 맘 다독거려 준다
어쩌면 내 시 쓰기도
저렇듯 무성한 허울 가득한 고구마 줄기처럼
땅 깊은 속내 향하지 못하고
허공만 휘젖는 초록 이파리이었을까
한 두둑 캐내고 남은 두둑
허상 같은 줄기 다듬어내고 도닥이며
이 가을 너도 나도 튼실한 결실 보자
속 이야기 나누는 시간
더 채우라는 듯 가을 햇살 쨍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