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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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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엽서와...


BY 마가렛 2021-09-30

마음이 바쁘다.
분명히 서랍에 예쁜봉투가 있을텐데 보이질 않는다.
맨 아래 서랍을 뒤지다가 발견된 허브나라의 사진엽서가 왜그리 반가웠을까?
몇 년 전에 허브나라에 놀러가서 사 놓은 엽서가 이제서야 제 몫을 한다.
모처럼 여동생에게 손편지를 쓰려니 조금은 두근거리고 조금은 유치한 생각에
피식 웃는다.
왼쪽 면에 몇 줄 안되는 글로 채우고 오른쪽에 내 이름과 동생이름을 쓰고나니
새삼스레 비슷하고 끝자만 다르다는 느낌에 한참을 쳐다 보았다.
하긴 예전엔 이름을 지을 때 돌림자를 많이 사용했으니 이름이 비슷하지.

동생을 만난 자리에서 엽서와 커피를 선물이라고 건넸다.
3주만에 만난 동생과 나는 할 이야기가 산더미 같아 삽으로 퍼도퍼도 끝이 없다.
여자들은 참 이상하지.
별 이야기도 아닌데 별 이야기처럼 이야기하고,
소소한 이야기도 굉장한 이야기처럼 만들어내는 재주가 있는 동물이다.
우리는 탁구선수들처럼 말을 주거니 받거니하며 재미나게 통통거리며 이야기를 한다.
때로는 남편의 작은 불만을 부풀어서 하고, 아이들에게 늘 하는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왜하는지 모르겠다며 말하면서 서로 마주보며 깔깔 웃는다.
서로가 알고 있는 친한 친구안부도 물어가며 수다삼매경에 빠진다.

깍쟁이 같았던 동생도 언제부턴가 여유있고 많이 푸근해 보여 보기가 좋다.
속도 깊어서 엄마도 잘 챙기고 엄마 몸에 좋다고 생각되는 음식은 이것저것
챙겨 가지고 친청에 와서 풀고는 일일히 설명을 하며 잘챙겨드시라고 당부를 하니
엄마도 좋아하신다.
어느순간 엄마가 나보다 동생을 더 예뻐하는 거 같아 조금 샘도 나기도 하면서
엄마의 일순위는 내가 아니었던가? 하면서 입도 삐죽거린다.
그럼에도 나보다 동생이 엄마를 잘 챙겨주는게 오히려 보기 좋고 든든하다.
내가 엄마께 무조건 잘하려고 했던 것도 어찌보면 나의 만족이고 책임의식이
앞선 것일 수도 있다.

동생이 긴문장의 글을 보냈다.
모처럼 손편지를 받아보니 기분이 좋았고
용돈 받는 기분도 짱이라며
자존심 문제이긴 한데 언니를 늘 질투하며 따라했다는 대목에
나도 모르게 빵 터졌다.

동생은 이렇게 유쾌하고 유머가 있어 만나면 즐겁고 웃는일이 더많이 생긴다.
그러면서도 하는 말이  
"나도 유머가 넘치고 말을 잘했으면 정말 좋겠어." 라고 하기에
너는 지금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더 잘하면 큰일 난다고 너스레를 떠는 내말에
또 웃는, 웃음이 넘치는 우리 자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