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막 돌아온 오빠는 늘 연탄불부터 챙겨 봅니다.
혹시라도 연탄 갈 때가 지났을까봐
그래서 옆집 할머니께 연탄 불씨를 빌리러 가야하는
죽기보다 싫은 그 일을 하게 될까봐 내심 조마조마하며
불 위에 얹어 놓은 솥을 들어내고 빠끔히 들여다봅니다.
아직 제법 많이 남아 있는 탄의 까만 구멍이 보입니다.
그제서야 오빠는 안도의 숨을 몰아쉽니다.
그리고는 얼른 숙제를 해 놓고 동생의 숙제도 챙겨봅니다.
과자나 사탕 같은 군것질 꺼리도 없기에
점심때 학교에서 먹은 도시락의 포만감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고
TV를 보는 동생 옆에 비스듬히 누우니
허기진 배에서는 꼬르륵 소리가 유난스럽습니다.
창 밖에는 어둠이 낮게 드리웁니다.
그러면 오빠는 부엌에 나가 쌀을 씻어
곤로에 성냥으로 불을 붙이고 밥을 안칩니다.
그리고 얼마전 시골에 계신 할머니께서 보내주신
감자의 껍질을 벗겨 반달 썰기를 해서
냄비에 넣고 물과 고추장과 진간장,마늘 을 넣고
연탄불에 끓입니다.
오빠가 자신있게 할수 있는 반찬..... 감자 고추장 찌개.
밥이 끓을때 쯤
일 나가셨던 엄마가 돌아 오시면
세 식구는 오빠가 지은 밥을 푸고
오빠가 끓인 감자 고추장 찌개를 상에 올려
그렇게 맛있게 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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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에 가서 감자를 샀습니다.
그때 오빠가 했던것처럼 껍질을 벗기고
반달 썰기를 해서 냄비에 넣고
물과 고추장과 진간장,마늘을 넣고
가스불에 끓입니다.
며칠전 새로 산 예쁜 식탁위에
예쁜 그릇에 담아 놓은 다른 찬들과는 달리
내가 끓인 감자 고추장 찌개는 그냥
냄비채로 그렇게 올려집니다.
그 옛날 오빠가 그랬던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