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제 할머니의 제사였습니다.
시집을 온 이후로는 친정이 멀어서
제사날 부침개 한장 구워드리지 못했습니다.
돌아가신지 벌써 십년하고도 몇년이 더 지났건만
제 기억속에 할머니는 늘 그 자리에 계십니다.
털털거리는 비포장 도로를 달리던 버스에서 내려
쏜살같이 달려가면 휘어진 등 구부리고
밭에서 일하시다가 환하게 반겨 맞아주시던 그 얼굴...
찬은 없어도 시원한 우물물에 밥 말아 김치얹어 주시던 그 손길..
또랑물에 발 담그고 빨래하시던 그 뒷모습..
늘 무뚝뚝하던 손녀딸이 어쩌다
할머니께 뽀뽀라도 해드리면 무척이나 수줍어 하곤 하셨습니다.
제가 철이 들어갈 무렵
할머니는 많은 하혈을 하시고 몇달을 시름시름 앓다가 돌아가셨습니다.
그리고나서 벌써 십 몇년
마냥 어리던 손녀가 어느새 두 아이의 엄마가 되어 있습니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가슴 한켠에 묻어 두었던 할머니의
아련한 추억들이 따뜻함으로 다가옵니다.
어제 할머니께 맛있는 부침개 한장, 탕국 한그릇 제가 직접
올리지 못한것이 못내 죄송스럽습니다.
철부지 손녀는 이제서야 조금씩 어른이 되어가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