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1,222

....


BY 산난초 2004-06-08

이곳으로 올때만 해도 논이며  밭들이 잠을 자느라 지난해에 베어낸 벼 밑둥이 면도하지않은 돼지털처럼 돋아있더니, 어느새 사람의 소리도 없이 어린모가 모사리를 끝내고 파아란 싱그러움으로 대지를 덮고 있다. 시간은 참 빨리도 흘러간다. 옥수수도 벌써 허리위로 웃자랐고 고추도 주렁주렁 제 모습으로 기지개를 켜고있다. 여름보다 뜨거운 햇살에 타들어가는 오이가 매일 공 들여주는 물맛에  보답이라도 하는듯 눈에띄게 결실로 키를 키우며 이틀후면 오이 두세개를 딸것같다. 알타리는 김치해놓았고 상추도 혼자 뜯어먹기엔 너무 많아서 세어지고있다. 나누어줄 사람이 없다는 것도 낮선곳 에서의 고민거리다. 예전같으면 이집 저집 나누어먹기에 모자랄 지경인데 요즘 사람들은 무엇을 함부로 건네주지도 못한다. 너무 풍요롭고 예쁜것만 찾아서 , 한 바구니 뜯어담아 건네면 십중 팔구 그냥 내다버리는 사람들이기에 쉽게 줄 수 가 없는것이다.

 

어렵고 힘들게 살아온 우리들하고 정서가 다르니 말해서 무엇하랴, 시대를 잘못태어나 가난한 살림에 몸에배어 뭐든지 버리지 않고 끝장을 보는 우리의 살림은 젊은이들에게는 궁상으로 비쳐질 것이다.  언제부터 우리가 이렇게 풍요로웠는가? 먹을것이 넘치도록 풍성한시대 ,시도 때도없이 넘쳐나오는 과일이며 채소들 , 누군가 수고해야 얻어지는 것들이인데 앞으로 우리아이들은 모두 공부만하고, 누가 뙤악볕에서 허리구부리고 농사지어 모든이의 식탁을 감당하랴!  이그, 잠이나 잘 것이지 쓸데없는 걱정에 .... 그래도 걱정이되는걸 어쩌랴,

 

그렇지, 머리잘 쓰면 소리소문도 없이 들판에 모가 심어지고,

시도 때 도 없이, 마트엔 싱싱한 과일이며 채소가 홍수를 이루는데...

 

근시안 적인 나의 안목으로 바라보는 짧은 시각이 아둔할 뿐일것이다.

사람이 일하지않는 세월, 넘쳐나는 물질에 어려움을 모르고 크는 세대가 왜이리 걱정되는 지 모르겠다.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 것일까? 혼돈의 시대에서 가치관이다른 아이들에게 진정으로 심어줘야 할 것 들이 무엇인지 걱정이 앞선다.

 

다행이 울딸은 내가하는 것들을 좋아해서 고맙다. 며칠전 남아도는 상추를 한봉지 싸주었더니, 너무 맛있게 잘 먹었다며 동료들이 여태 먹어본 상추 중에 제일 맛있었다며 나중에 상추얻으러 온단다.

 

비나 한줄기 퍼불것이지 날만 흐리더니 몇방울의 비만 흩뿌리고 말려나부다.

그야말로 주말농장이다. 고추골에 무성한 풀을 세월아 세월아하며 혼자서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인 배짱편한 농사를 짓느게 고맙기만하다. 농토없어 책임이 없는게 홀가분한 마음이다.

누가 이 힘든일을 자식에게 대물림 하고 싶겠는가. 손바닥만한 밭인데  이렇게 힘든것을.....

감당못할 사람이기에 땅을 차지하지 못하는가보다. 이렇게 생각하니 땅없는게 다행으로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