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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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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난초 2004-05-10

엄마를 위해 아파트 평 수 를 늘려 이사를 하던날, 나는 짐도 아직 풀기도 전에 길가를 서성이다가  어느 아주머니가 밭을 일구는곳으로 가서 밭 좀 도지를 놓지 않느냐고 물어, 즉시로 재지도 않고 뭐가 급한지 밭을 얻었다. 한 백여평이 되듯말듯, 며칠뒤 각종 모종이며 씨앗을 뿌리고 고구마순도 심었는데 이곳 날씨가 내 살던 동해보다 한달 이상 늦추위가 있는 줄도 모르고 그만 냉해에 두 번 심어야 했다. 고추며 총각무, 열무, 상추며 쑥갓, 파씨도 제법 잘 돋아서 골이 파랗다. 아이들하고 부대끼는것도 예삿일이 아닌데, 땅을 좋아하는 나의 욕망을 누가 말리겠는가? 지나기던 아주머니가 한참을 보더니 더운데 사서고생하는 모습이 안쓰러운지 공연한짓거리 한다는 눈초리다. 내 좋아서 하는걸 지겹게 농사짓는 사람들은 이해할 수 가 없지, 하루에도 몇번씩 아이들 학교며 유치원보내고 설걷이는 뒤로하고 밭부터 나가본다. 제법 옥수수도 돋아나고 밤콩도 싹 틔우고, 오이며 토마토도 잘 모사리를 했다. 얼마 안있으면 우리가족의 먹거리가 풍성해질 것이다. 우리 아파트주변은 농경지가 평야를 이루고 들에는 각종 들꽃이 만발해서 아이들과 산책하기에 너무도 훌륭하다 지천에 널린 애기똥풀  노란꽃, 작은제비꽃 , 꿀꽃, 민들레, 쑥, 각가지 봄꽃이 향연을 연듯 나의 가슴에 꽃처럼 환한 기쁨이 핀다.

저 작은 꽃들이 뽐내지도 않고 불만도 없이 이렇듯 한사람의 가슴을 울렁이게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넋나간듯 황홀하게 꽃들을 들여다본다. 누가보면 이상한 사람같을 것이다.

 

아파트안의 조경이 아주 잘 되어 있어서 정원 나무 밑에는 이름모를 작은 꽃들이 아파트 화단마다 다른종류의 야생꽃들로 눈을 머물게한다. 그 모습이 너무도 앙증맞아서 화분에 옮겨싶을 정도이다. 이곳 이천은 축복받은 곳이리라는 생각이든다. 토질이 좋아서 농사도 잘 될 것 같다. 어느길을 가나  야생초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어서 별천지 세상에 온 기분이다.

 

내가 좋아하고 그리워 하던 풍경이다. 더 깊은 산골도 나는 좋다. 이렇게 낮선곳의 생활은 땅과 친숙해지며 정들여나갈 것이다. 외로울 틈도, 갑갑할 틈도, 바쁜 일상들속에 다 뭍혀지고 피어나는 채소들과 더불어 조금씩 조금씩 친숙해지는 연습을 하고있다. 타관객지면 어떠랴!

정붙이면 되는걸... 이 모든게 나의 친구며 의지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