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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의 40대 직장 여성과 MZ직원과의 싸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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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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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파


BY 산난초 2004-03-23

예전에 살던 동네에 같은 종씨로 그저 마음으로만 정을 주던 언니뻘되는 아들이 장가든다고 청첩장이 왔다. 두 남매만 키웠는데 누나는 가족끼리 결혼시켜서 섭섭했는데, 울 막내와 동갑인 아들의 결혼식이니 아무리 멀어도 꼭 가야할 자리라서  모든걸 뒤로하고 집으로 내려같다.  이 홈엔 동해바다라는 닉을 가지신 분이 아무래도 동해에 사시는 분인것 같지만 모르는게 편 할것 같아 그냥 지내려는데 글을 읽다보니 옥계쪽에 큰 불이 났다는 소식에 그곳을 지나치며 유심히 살피게되어 었다 세상 참 좁구나 , 어떻게  이렇게 같은 지면에서 고향사람을 만나게될까! 더구나 오늘 들어와보니 인사의 댓글까지 !!     '어머나 " 미안해서리....

 

 종씨언니는 사람이 더없이 좋았다. 남메게 항상 후덕하고 항상 손해를 기꺼이 보며 집안에게도 예의가 바르고,  아저씨는 더없이   충실하시고  얌전하시며 오로지 일과 집밖에 모르시는 드물게 보는 어른이셨다. 나도 남에게 쉽게 다가가는 성품이 아니라서 누구라도 딱히 친하게 지내는 성격이 아니지만 서로 마음은 믿고 지내던 각별한 사이였다고 생각한다.

 

결혼식장에 가보니 낮익고 반가운 형님들과 이웃들을 만났다.  이사하고 십여년 넘게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을 만나니 반갑기 그지없었다. 때로는 까맣게 잊었던 사람들 . 어느틈엔가 기억 저편에서 가물거려지는 얼굴들이 나를 반기며 웃고 있는게 더욱 쓸쓸한 그림움과 아쉬움으로  나혼자 망망한 대해를 헤메다 온 느낌이 들었다. 그런것이다. 세월이  이만큼  흐르니 , 떠나온것이 자꾸 잘못된 결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너무쉽게 기분대로 생각없이 방방 뜨는게 아님을 세월지난 햇 수 만큼 어리석음과  앞.뒤 재지않고 황망히 좀 더 나은 곳으로 떠난다는 홀가분함으로 , 아파트로 간다고 아무도 모르게 개선장군 마냥 혼자 뿌듯해 하던 자신의 모습이 자꾸만 이국멀리 섬 가운데 버려진 보혜미안처럼 느껴진다. 그때는 몰랐는데, 이웃도 오래되어 비슷한 사람들끼리 살아야지 갇힌 새장속에서 젊은 사람과 어울니려해도 주책같고   쓸쓸해하며 사는게 얼마나  서글픈지 모른다. 나이탓일까? 갈 수록 사람이 그리워지는건 왜일까? 예전에 데면데면 하던 사람들까지도 지금은 반갑다. 다시 그 동네로 가고싶다.

 

그렇다고 이젠 갈 수도 없는것,  산다는것은 물살에 떠밀리듯 현실에 순종하며 살아야 하기에 역행할 수는 없다. 

 

우리집 거실에 나무바닥재를 깔고 벽지도 새로 도배하고, 싹 손질해 놓고는  살지도 못하고  비어둔 집을 들어서니 ,딸네 집이고 뭐고 내집에서 편히 머물고 싶다. 금년에 잘못하면  묵어질 황무지 밭도 가보았다. 주인이 돌보지않은 곳은 집이나 밭이나 삭막한 기운이 가득 머물러 앉았다.

빈집엔 십자매 한쌍이 집을지키고 가끔 막내가 돌보아준다. 막내는 해군이라서 그곳에 살지만 혼자 독립하여 살며 직장에, 학교에 열심히 살아주어 대견하다.

 

빈 밭에  옥수수라도 심어놔야 할텐데 손길이 모자라니 애써일군 황무지 돌작밭이 아쉽게 매말라있다. 밭을 가꾸며 그곳에서 깨친 인생의 순리를, 또 다른 어느누군가가 절실한 마음으로 오월의 아카시아 향기를 맡으며 행복한 자연의 양분을 호흡할까!  그런사람에게 밭을 내어주어도 하나도 아깝지 않겠다. 하릴 없을때  몇년동안 조금씩 조금씩 힘들여 가꾼 밭인가! ,

 

딸네집 에  있는동안  잘 가꾸었던 그 텃밭 생활이 제일 그리울 것이다. 아마도 채소보다도 더 소중한  인화를 키우며 이곳에서 조금씩 조금씩 딸의 가족으로 뿌리내리는게 나에겐 숨막히는 아픔이자 보람이리라. 딸 가족의 훌륭한 시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