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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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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앓이


BY 산난초 2003-11-10

가을이랄 수도  겨울이라 하기도 아직은 설익은 계절인가, 계절답지않은 비가 연 이틀째 여름의 장마비처럼 하염없이 내리고 있다. 바람에 떨어져버린 낙엽위에내린 비로인해 낙엽의 처참한 모습은 폭격맞은 이라크의 전쟁터처럼 어설프고 죽은 시체들같은 모습들이 온 거리를 도배하듯 널부러져있다. 비에젖에 착 달라붙은 그 위로 오가는 이들은 무심히 가을을 밟고 지나가고있다. 미쳐 제 고향으로 돌아지지못하고 길 위에서 밟혀 스러지는 참혹한 영혼을 뭉개는것같아  마지막 여정의 불행한 사라짐을 보노라니 세상사 암울한 한 철 살다가는 그 마무리가 측은한 연민으로 가슴을 후리친다.

 

바람에 날려 사라지는 모습이나 비에젖어 흐느끼는 모습이나 떨어져 지는 낙엽의 모습은 인생의 끝자락을 장식하는 모습일텐데 내 인생의 끝자락은 저렇게 안타까운 모습으로 사라지지 않기를 좀더 정리되고 깨끗한 모습으로 아무의 가슴에도 아픔이없이 갈 수 있었으면 하는 쓸데없는 생각을 또 느끼게 한다.

 

가을은 지는 낙엽때문에 우울한것인가! 멀쩡히 살아가는 인생에 종착역을 생각케하는 바이러스도 들어있어 나를 슬픔에 젖어  가을앓이를 앓게한다.

 

제 본향을 찾아가지 못하고 거리에서 또 한번 죽음을 당하는 불쌍한 낙엽이여!

사그락거리며 울부짖던 그 울름도 그치고 고요히 뿌려지는 빗물에 제몸 다 내어주고 소리없이 운명을 순종하며 사라지는 초연한 모습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