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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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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는 어디 살지?


BY 천성자 2006-09-04

여름 날 매미소리가 잠든 내 감각을 두드려 일깨운다.

 

생각해보면 참 오래 전  일이다.

 

그 날은 월요일 물리 수업시간.

 

조용하던 수업을 방해하는 매미의 소리가 수업을 중지시켰다.

 

찌리리릿 선생님의 날카로운 눈빛은 교실을 두루 살피시고,

던져지는 한마디"매미잡아!!"

늘 툭툭 던져지는 마치 특명과도 같은 선생님의 지령..비슷한 말씀.

 

드디어 떨어졌다 오늘도.

 

늘 그랬듯이 선생님은 시간을 중히 여기시는 터. 던져지는 멘트

"시간은 5분 주겠다.5분내로 처리하도록"

가는 목소리의 날카로움이 교실 구석 구석에 부딪힌다.

우리들 사이에선 일명 '번개표 천둥소리'로 통하는 선생님의 목소리.

 

매미소리는 우리의 수업을 잠시 중단 시키고,

반 친구 녀석들은 좋아라하며 5분의 휴식을 즐기는 눈치.

 

친구들 반은 웅성거리고,반은 찾는데 열심으로 하는 중에

뒷 줄에 앉은 명중이가 손을 들고는"선생님 매미 잡았습니다"라고 큰소리로 말을 한다.

 

선생님께서는 명중이가 평소 장난이 심한 걸 잘 아시는터라

"고 놈 얼굴 좀 보자.가지고 나와"

"예 알겠습니다!!"라며 마치 고참 앞의 이병처럼 씩씩하게 걸어나갔다.

 

그 모습에 우리들 몇 명은

'저 녀석이 오늘은 또 무슨 꿍꿍이로 저리 씩씩한거지?'라며 지켜보고

씩씩 웃어가며 걸어나가는 폼이 아무래도 미심쩍다 싶었는데..

잠시후 우리의 짐작은 명중했다.

 

알고보니 매미소리의 주범은 핸드폰 이었으며,

그 녀석의 핸드폰에 매미소리가 저장 되었던 것이었다.

 

진동을 해놓는다는 걸 잊고는

다 기울어가는 여름을 노래하게 만들다니..걸려도 제대로 걸렸다 오늘.

 

아마도 녀석은 제가 매미를 잡았기에 지은 죄(?)를 사면받을거라 생각했던 모양.

 

사정을 봐달라는 명중이,

선생님의 눈자위가 앞에 선 명중이의 키를 오르락 내리락 하고 있다.

 

장사 한 두 번해보나?선생님 성격 뻔히 알면서...

 

"학생이 말야 수업태도가 안되어있어."

"선생님은 학창시절 실수 안하는 모범생이었습니까?"

"어라?이녀석 봐라 대들기까지 하네?"

"잡으라고 해서 잡았는데 그것도 죄입니까?"

"잡으라고만 했지 매미의 죄를 사면해준다는 말은 안했다."

"알겠습니다...그러면 대신 매미를 혼내십시요"

"당연하지!"

그걸 지켜보는 그 짧은 시간이 초 긴장 속이었다.지켜보는 즐거움에 대한...신선함이랄까?

 

그 시간 직후 매미의 소리는 사라졌다.

아니 생매장이 되어버렸다.

사감선생을 떠올리게 하는 물리선생님께서 즉시 핸드폰을 압수(?)하셨던 것이다.

 

그 후로 매미소리는 명중이의 저장고에서 깊은 잠을 자야했고,선생님의 날카로운 눈빛에 명중으로 사수됨을 한 동안 아깝다라는 말로 혀를 차듯 표현하였다.

 

 

그렇게 명중이는 울 학교에 미스터 매미라는 전설의 인물이 되었고,

우린 또 하나의 이치를 깨닫게 되었으니..매미는 휴대폰에서도 산다는 진리(?).

 

그 당시 다들 명중이가 부르면?"왜그래 미스터 매미?"라는게 유행어처럼 되었었다.

 

물리 선생님 역시나 명중이에게 말씀 하실때에는

"거기 미스터 매미..일어나 답해봐"

 

거기에 응해주는 명중이 녀석 지금 생각해도 참 재미있던 녀석이었다.

그래도 그 녀석이 좋았던건 꾸밈없는 순수함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언젠가 내 아들녀석이 "아빠?매미는 어디살아?"그렇게 묻는 말에 나도 모르게

"핸드폰에 살지.."그랬던 일이 생각난다.순간 아차 했지만,은연중 오류된 진리 하나를 명중이 덕분에 갖게 된 것에 헛웃음이 났다.

 

"명중아?매미는 어디살지?내가 물으면

"어디살긴?어디살아?핸드폰에 살지"라며 추억속의 명중이는 웃으며 대답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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