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아주 따뜻하다.
겨울이라면 그리워할 아주 좋은 날이며,
봄 날에 비하면 조금 더 온도가 상승된 날씨이다.
한낮의 더위는 얼굴 위로 흐르는 땀방울 훔치기를 반복하게 만들었다.
더운 날씨를 뒤로 하고 길가를 거닐었다.
사람들이 오가고 차량의 통행이 잦기에 길가의 나무에는
비로 씻겨졌던 날이 언제였는지도 기억하기 어려울만치 먼지는 내려앉았다.
지나다가 그 광경을 보고는 잠시 걸음을 멈추어서서 그네들의 세상을 바라보기로했다.
그네들의 세상엔 무엇이 삶의 바탕이 되는지를 엿보고 싶었다.
그런데,
사철나무에 호박넝쿨이
길게 용수철과도 흡사한 줄기를 뻗어서는 꼼짝달싹 못하도록 얼거매고 있지 않은가?
웃음이 났다.
마치 난 너 없인 못살아...그렇게 말하듯이 아주 꼭 잡고 있었던 것이다.
차량의 소통으로 내려앉은 먼지에도 그 결심은 식을 줄 모르는 듯이 보였다.
무수한 사람들이 이 길을 지났으련만 그 사람들은 이네들의 모습을 보았을까?
아름답다 해야할지 지나친 집착이라 해야할지...아니면 서로 보듬어주고 도움을 주는 공생관계라 해야할지 문맥을 이룰수는 없지만,보는 그 자체만으로 내겐 즐거움이고 새로웠다.
언제까지 그런 모습을 유지할 수 있을지 모를 일이다.
혹여 길다랗게 뻗쳐진 호박넝쿨이 끊어지지나 않을지 그 또한 염려스러웠다.
한참을 그렇게 바라보는 일로 시간속에 머물다가 내 갈길이 있어 발길을 돌렸다.
걷는 내 머릿속에 기포처럼 발생되는 생각속에서 그 광경은 아름다움으로 자리하였다.
아니..어쩌면 생각조차 하기 싫은 그네들의 질긴 인연일지도 모를 일이다.
질기다 할지라도 그것은 그 만큼에서 놓여지는게 좋을성 싶다.
삶에 있어서 모든것은 자연적인 것이어야 할 터.
미묘한 사람들의 관계에서 억지라는 수단은 그리 수명이 길지 못하므로
자연적인 관계가 오가는게 좋으리라.
그네들의 모습을 보고 돌아선 내게
삶의 기본방침은 늘 자연적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되뇌어진다.
호박넝쿨과 사철나무
그들의 사랑이든 공생관계든 끊어지지 않는 삶이 되길 바래본다.
극히 짧은 순간이었지만 ,
숨겨진 자연을 볼 수 있었던 어제는 내게 즐거운 한때를 안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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